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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한진의 2대 주주인 국내 행동주의 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가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한진칼과 한진 및 대주주 측에 공개적으로 제안했다고 21일 밝혔다.

KCGI 측은 한진칼과 한진의 대주주와 경영진 측에 이번 공개 제안에 전향적인 자세로 응하라고 촉구하면서 향후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계획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근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검토한다고 밝힌 가운데, KCGI까지 주주권 행사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한진그룹 안팎의 위기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KCGI는 한진칼 지분 10.81%, 한진 지분 8.03%를 보유한 한진칼과 한진의 2대 주주이며,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2.45%를 보유한 대한항공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은 7.34%다.

KCGI 측은 공개 제안한 한진그룹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에서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 등 3가지 측면에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KCGI는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 1인, 일반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인 및 외부 전문가 3인 등 총 6인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지배구조위원회에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안에 대해 사전 검토와 심의를 맡기자는 것이다.

KCGI는 또한 임원들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 체계 도입을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아울러 KCGI는 자질과 능력이 탁월한 CEO(최고경영자) 등 경영진을 선임하기 위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를 도입하는 등 준법 경영 및 책임 경영 실천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KCGI는 임원추천위원회 설립을 통해 합리적 CEO 승계 절차를 수립하자고 제안하면서, 회사에 대해 범죄 행위를 저지르거나 회사의 평판을 실추시킨 임원의 취임을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KCGI는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관련해 한진그룹의 신용등급을 2014년 한진해운 투자 전 기준(A-)으로 상향시키기 위한 ‘한진그룹 신용등급 회복을 위한 5개년 계획’ 수립을 제안했다.

KCGI는 또한 만성 적자를 기록 중인 칼호텔네트워크와 LA윌셔그랜드호텔, 노후화된 와이키키리조트, 인수 이후 개발이 중단된 송현동 호텔부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투자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KCGI는 외부 전문 기관의 자문을 얻어 한진그룹의 경영 효율성, 리스크 관리, 대외 이미지 하락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그룹의 장기 발전 방향에 대한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KCGI는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 방안으로는 일반주주, 임직원, 협력사 및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그룹 내 일반직원들로 이뤄진 상설협의체를 조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상설 협의체를 조직해 한진그룹의 사회적 책임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KCGI는 임직원 자존감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등 실질적 소통 방안도 요구했다.

KCGI 측은 이번 공개 제안과 관련해 한진그룹 경영진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계획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KCGI는 또한 ‘벨류 한진’(valuehanjin.com)이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KCGI의 활동에 동참을 원하는 주주들의 이메일을 받을 수 있는 코너도 만들었다. KCGI가 한진그룹 경영진과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지분 싸움’을 위한 우호세력을 규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와 전문가들은 KCGI가 요구한 지배구조위원회와 임원추천위원회 등의 설치와 관련해 “KCGI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경영권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최근 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검토해 행사 여부를 2월 초에 결정한다고 밝힌 가운데, KCGI도 한진그룹에 경영 개선을 요구하면서 한진그룹 안팎의 위기감도 고조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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