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매매 늘어나면서 투자자 손실과 주가 하락 등 부작용

사진=금융투자협회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의 부메랑이 돌아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용공여 금액이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한 만큼 반대매매로 인한 투자자 손실과 주가하락 등의 부작용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6조4294억원을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급락한 지난 3월말(6조5783억원)보다 149.8% 급증한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식을 구매하는 거래를 뜻한다. 문제는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투자자의 예상과 달리 주가가 하락세를 지속하면 손실이 더 커진다는 점이다. 돈을 빌려서 투자한 주식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돈을 제때 갚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처럼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린 대출금을 만기일까지 갚지 못하거나 전체 주식가치(담보 제공된 주식+신용으로 매수한 주식가치)가 일반적으로 140%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반대매매가 일어난다. 즉 증권사가 강제로 투자자의 주식을 매도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의 반대매매가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증권업계에서는 통상 원금과 신용융자 금액을 합쳐 16~25% 손실 구간 사이에서 이뤄진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 동향 및 투자자 유의사항’을 통해 9월 말 기준 담보 비율이 140~170% 사이에 있는 금액이 8조3000억원, 140% 미만인 금액이 7000억원이라고 밝혔다. 반대매매 위험이 높은 금액이 9조원에 이른다는 의미다.

신용융자잔고가 가장 많은 종목은 빚투의 단골 ‘바이오’ 종목에 많다. 신용융자잔고가 많은 4개사는 셀트리온(3923억원), 삼성전자(3176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2903억원), 카카오(2268억원)다. 이중 두개가 바이오관련 종목이다.

제약·바이오주가 몰려 있는 코스닥시장에서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제넥신(1014억원), 에이치엘비(986억원), 셀트리온제약(879억원) 등도 신용융자 잔고금액 상위권에 들었다.

반대매매가 늘면 매도물량이 급격히 늘어 주가가 하락한다. 반대매매를 당하지 않은 다른 투자자들도 함께 피해를 보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증권사는 반대매매를 할 때 전날 종가의 하한가(-30%)로 매도 주문을 낸다. 만약 4만원을 갖고 미수거래로 1만원짜리 주식 10주를 사면 증권사는 1만원짜리 주식 9주를 7000원에 팔아 10만원을 맞추는 식이다. 특정 주식에 하한가 주문이 몰리면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게 돼 다른 투자자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

전문가들은 수치상 아직 반대매매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흐름상 반대매매 공포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상민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은 “반대매매가 나올 만한 종목과 시기를 저울질해 보려면 고점 대비 20% 손실 정도에 인접한 종목을 살펴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거래대금 20억원 이상 종목을 기준으로 최근 20거래일 고점보다 하락률은 평균 -12.29%다. 코스닥시장만 보면 -14.09%로 유가증권시장보다 낙폭이 더 컸다.

이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낙폭이 15% 이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반대매매가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결제일(주식 매도·매수 후 2영업일 후) 기준으로 물량이 나오기 때문에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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