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고평가 논란·높은 BTS(방탄소년단) 의존도·엔터주 한계

16일 한때 빅히트 주가 20만원선도 붕괴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종목 토론 게시판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꿈의 공모주’로 불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이틀 연속 급락하며 개인투자자들이 충격에 빠졌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 높은 BTS(방탄소년단) 의존도, 엔터주 한계 등이 이유로 꼽힌다.

16일 빅히트 주가는 상장일인 전 거래일 종가(25만8000원)보다 22.29%(5만7500원) 떨어진 20만500원에 장을 마쳤다.

SK바이오팜(7월 상장)과 카카오게임즈(9월 상장)가 상장일을 포함해 각각 3거래일 연속,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빅히트는 전날 상장 직후 10분 정도 가장 가격이 높았고 이후 계속해서 내리막을 걸었다. 상장 전 공모가는 13만5000원으로 상장일 시초가가 상한선(공모가의 2배)인 27만원에서 형성된 데다 장이 열리자마자 상한가(시초가의 130%)인 35만1000원까지 오르며 출발은 좋았다.

그러나 외국인과 기타법인 등의 매도세로 3분 만에 하락이 시작됐고 10분 만에 34만원대로, 30분 뒤엔 32만원대로 내려왔다. 오후 들어선 30만원선이 무너지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다 결국 15일 25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16일엔 매도세가 더 강해졌다. 장중 한때 19만9000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20만원선 붕괴도 우려됐지만 간신히 턱걸이로 20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폭발했다. 15일 거래량은 650만주, 거래대금은 1조9411억원이다. 16일 거래량은 440만주, 거래대금은 9518억원이다.

주가 하락의 주범은 기타법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타법인은 15일 하루에만 빅히트 주식 58만5463주를 던졌다. 금액으로 따지면 1770억원 규모다.

외국인이 20만7400주 매도해 593억원 어치를 팔고, 기관이 2만9213주 매도한 것에 비해 월등히 많다. 현재 투자자 분류에 따르면 기타법인은 은행, 보험, 금융투자업자를 제외한 금융기관이다. 주로 창업투자회사, 벤처투자회사, 유한회사 등이다.

빅히트는 1대 주주인 방시혁 의장과 2대 주주인 넷마블, 3대 주주인 스틱인베스트먼트까지는 보호예수를 걸었지만 4대 주주부터는 의무보호확약(보호예수)을 걸지 않았다. 2,3대 주주도 의무보호확약 대상은 아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각각 6개월, 3개월 의무보호확약을 걸었다.

의무보유확약은 기관투자자들이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는 조건으로 일정 기간 매도하지 않는 계약을 맺는 것이다. 의무보유 확약이 없으면 상장 후 바로 주식을 매도할 수 있고 주가 급등기에 단타매매로 리스크 없이 많은 돈을 벌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빅히트는 시가총액 29위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주가가 내리며 지금은 38위로 밀려났다. 잠시 시가총액을 10조원 넘기기도 했으나, 16일 종가로는 6조836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주식 종목 토론 게시판에는 '주식 환불 가능한가요', '주식환불방법' 등 환불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빅히트는 발행주식 수 대비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많은 데다 고평가 논란이 있어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해 가격을 올릴 힘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빅히트의 상장 초기 유통가능 물량은 약 759만주로, 총 발행 주식 수의 21.3% 정도다. 카카오게임즈(20.5%)나 SK바이오팜(13.1%)보다 많다. 금융투자업계는 애초 제기된 고평가 논란이 빅히트 주가 약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빅히트의 시장가치(EV)를 세전 영업이익(EBITDA)로 나눈 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가 44.7배다. 지난해 3대 소속사(SM·JYP·YG)는 11.3배,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산업 24.4배다. 빅히트의 실제 기업 가치 대비 성장 기대감이 너무 크게 설정됐다는 의미다.

빅히트에 대한 목표주가도 최저 16만원부터 최고 38만원에 이르기까지 격차가 상당했다. 증권사별로 △메리츠증권 16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 21만2000원 △IBK투자증권 24만원 △유안타증권 29만6000원 △하나금융투자 38만원으로 예상했다.

이외에도 엔터주의 특성상 아티스트와의 계약 문제, 평판에 따른 위험성, 해외 시장의 불확실성, 미디어 환경 변화, 이용자 취향 변화 가능성 등의 변수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요소를 고려할 때 빅히트의 향후 주가 흐름에는 변수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빅히트의 특정 아티스트 의존도 역시 해결되지 않았다. BTS가 빅히트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지난해 97.4%, 올 상반기 87.7%였다. 특정 가수 비중이 너무 높다. 군입대를 앞둔 이들의 자리를 메울만한 대형 후배 가수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신수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동종업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배수를 적용받고 있다”면서 “해당 주가의 고평가 여부를 결정할 주요 변수는 빅히트의 내년 실적이며 이는 공연매출 회복속도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엔터주는 예측할 수 없는 외부 환경 변수와 특정 소속 연예인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단점과 투자심리가 연예인 관련 루머에 지나치게 민감한 종목”이라며 “이 같은 엔터주의 한계가 빅히트의 당일 주가하락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 만큼 추가 조정장세가 나타날 경우 동반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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