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영업환경과 펀더멘털 약화

사업 다변화 저하와 재무 및 지배구조 변화로 신용 등급 변동 가능성

기존 채권은 연대 책임에도 전반적 불확실성 확대는 부정적

국내 주요 기업 분할 건수. 사진=NH투자증권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최근 LG화학 배터리 물적문할, KCC 실리콘 사업 물적분할 등 국내 기업들의 사업 분할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실적 감소와 부채 증가 등 펀더멘털이 약화되자 분할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부문을 따로 떼어 내 성장을 가속화시키기 위해서다.

사업 분할 시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자산, 부채 배분에 따라 재무구조가 달라지고 지분 관계가 변동되기 때문에 분할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크레딧 채권 투자에 중요한 이슈다. 전문가들은 향후 사업 환경 변동성에 따라 사업 분할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투자시 변동성과 불확실성 확대에 주의할 것을 조언했다.

◇ 사업적 다변화 저하·레버리지 확대·신용 등급 변동 가능성

28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CJ ENM, 대한해운, 태영건설, 대림산업, LG화학, KCC 등 국내 주요 기업 6곳이 사업 분할을 결정했다. 분할 사유는 사업부문 강화, 경영효율성 제고, 사업 확장 등이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회사분할 공시를 하는 회사가 크게 늘어났다”면서 “올해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의 확산과 그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기업 펀더멘털 약화 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사업 분할은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사업 측면에서 분할은 독립된 주체로서 의사결정이 효율적이고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업적·지역적 다변화를 저하시키고 부문간의 시너지를 낮추는 점은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재무 측면에서는 시너지 효과 감소, 운영 관리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신설회사는 사업 확대를 위해 부채가 증가할 수 있지만 분할 이후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자본확충이 이뤄지면 펀더멘털은 개선될 수 있다.

분할 존속과 신설회사의 신용 등급은 각 사업의 성장성과 경쟁력, 재무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분할 전 회사와 비교해 사업 다변화가 저하되고 자산과 매출 규모가 축소되는 점은 신용도 저하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향후 지분 매각에 따라 모기업 지원 여지가 낮아지면 등급 하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분할을 발표한 LG화학의 재무 구조 변화. 사진=NH투자증권

◇ 단기적으로 제한적이나 장기적으로 변동 가능성 높음

사업 분할이 크레딧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 크지는 않다. 특히 물적분할은 신설회사가 종속회사의 재무제표에 연결로 편입되기 때문에 상환 주체의 실적이 변하지 않는다. 기 발행 채권에 대해선 존속회사와 신설회사가 연대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 분할을 발표했을 때도 주가는 높은 변동성을 보인 반면 기발행 채권 금리와 스프레드 변동성은 크지 않았다.

또한 올해 주력 사업부의 분할을 발표한 대림산업과 KCC 분할 사례에서도 채권 시장에서 변동성은 크지 않았다.

한 연구원은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독립된 사업 부문이 각자 사업의 성과와 재무 정책, 지배구조 변화 등에 따라 신용 스프레드 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분할을 발표한 기업들의 부채비율 비교. 사진=NH투자증권
◇ 연대 책임에도 불확실성 확대는 부정적…사업 분할 및 합병 사례 잦아질 것

상법 제530조의9는 분할 및 분할합병 후 회사 책임에 따르면 분할 전 발행 채권은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연대 변제 책임으로 인해 신용 등급과 채권 가격 영향에 제한적이다.

그러나 분할이라는 이벤트가 발생한 이상 크레딧 리스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할 전과 분명히 달라진다.

기존 사업들이 분할 후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지에 대한 확신이 없고 재무구조와 지배구조도 변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불확실성이 확대되므로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채권 투자자에게는 부정적이다.

한 연구원은 “앞으로 코로나 백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그 효능에 대한 확신에 상당 시간이 필요하고 바이러스 변형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사업 환경 변동성은 크다”면서 “기업들도 지난해 말 짜 둔 중장기 사업 계획을 전면적으로 뒤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향후 분할을 선택하는 기업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불확실성 확대 등의 변동은 예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크레팃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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