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지료제로 알려진 신풍제약의 주가 상승세가 거세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기생충 치료제로 알려진 신풍제약의 주가 상승세가 거세다.

신풍제약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국산 16호 신약)'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을 받으며 시가총액이 6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업계 30위(1897억원)의 중소 제약사가 업계 1위 유한양행을 시총 기준 2배 이상 앞지르면서 고평가 논란도 점화됐다.

신풍제약은 연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연초대비 무려 13배나 오른 상태다.

7월 21일 기준 1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자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를 정지시켰다. 신풍제약은 지난 14일 거래소에서 투자경고를 받은 데 이어 21일 하루 동안 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는 "투자경고 종목 지정 이후 주가가 2일간 40% 이상 급등해 시장 감시규정에 따라 21일 하루 거래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신풍제약은 거래 정지 전 1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거래를 재개한 22일 신풍제약은 12만3000원으로 다시 상한가(29.61%)에 올랐다. 이날 신풍제약 시가총액은 6조5172억원에 달해 코스피 제약 바이오업종 가운데 셀트리온과 SK바이오팜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 대표 제약 바이오 기업인 한미약품의 1.5배 수준이다. 이달 1일 1조5498억원이었던 신풍제약의 시가총액은 4배 이상 늘어났다.

23일 신풍제약은 이틀만에 다시 거래가 정지됐다. 이날 우선주인 신풍제약우도 거래가 정지됐다.

이같은 '광풍'은 예견된 것이었다.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 승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월 13일 피라맥스에 대한 코로나19 임상2상을 승인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운영하는 임상정보등록 사이트에 따르면 신풍제약의 피라맥스의 임상2상은 오는 12월 완료된다. 임상 최종 완료일은 내년 2월로 예정돼 있다.

앞서 4월 신풍제약은 피라맥스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피라맥스의 핵심 성분인 피로나리딘과 알테수네이트를 병용한 결과, 24시간 후 바이러스 역가 억제율(99% 이상)과 48시간까지 지속력이 향상되면서 세포 독성이 감소했다.

피라맥스는 신풍제약이 12년의 연구 끝에 지난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약 허가를 받은 신약이다. 2012년과 2015년 유럽 의약품청(EMA)의 판매 허가를 받았으며, 2017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으로도 등재됐다.

신풍제약은 이미 피라맥스에 대한 4000례 이상의 허가 임상과 95만명 이상의 말라리아 환자 치료 임상, 투여 후 2년까지의 안전성 자료를 확보했다. 지난 2018년부터는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케냐, 니제르, 우간다 등 아프리카 21개국과 수출계약을 맺었다. 수출금액은 총 158억원 규모다.

고(故) 장용택 회장이 1962년 창립한 신풍제약은 현재 300개나 되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전문의약품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에 달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일반의약품 브랜드를 갖고 있진 않다.

신풍제약은 사업 초기 국내에서 기생충 약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처음 주목받은 것도 간·폐 디스토마 기생충 치료제를 개발하면서다. 디스토마 치료제로 독일 바이엘의 '프라지콴텔'이 유일했던 1983년 신풍제약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으로 프라지콴텔 원료 합성에 성공했다. 제조 원가도 독일에 비해 저렴했다.

신풍제약은 WHO를 통해 이 치료제를 전 세계에 보급해 간·폐 디스토마 기생충 박멸 사업에 기여했다. 이후 신풍제약은 2000년에 WHO가 발표한 세계 3대 소외질환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 중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을 선정해 개발해왔다. 이 과정에서 신풍제약은 WHO와 비영리단체인 'MMV(Medicines for Malaria Venture)'의 지원을 받았고, 그렇게 태어난 것이 피라맥스다.

피라맥스가 전임상 단계에서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입증하면서 지금은 '약물재창출' 형태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피라맥스는 식약처로부터 경증 또는 중등도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 평가하기 위해 다기관, 무작위배정, 이중맹검으로 임상2상 시험을 허가받았다. 최근 임상 2상을 실시할 기관도 국내 병원 4개에서 9개 병원으로 확대됐다.

임상2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면 고속 상용화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1년 이상이 걸리는 임상3상 대신 코로나19 사태의 시급성을 고려해 긴급사용승인 형태의 절차를 거쳐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피라맥스는 경기도 안산에 있는 피라맥스 전용 원료의약품 공장과 완제의약품 공장에서 생산된다. 매일 정제 50만정을 생산하는 설비도 갖췄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던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이 지난 달 승인 취소된 일을 계기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신풍제약 측은 피라맥스의 피로나리딘과 알테수네이트 성분은 승인이 취소된 클로로퀸이나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의약업계 한 관계자는 "현업에서는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들 중 하나로 여기는데 치료제·백신 개발 착수 수준이고 앞서 승인 취소된 물질들처럼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일정이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12월 임상 완료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임상시험 환자 모집이 가장 난이도 높은 문제로 꼽힌다.

그리고 치료제 개발이 아직 미지수이고 실적도 받쳐주지 않는 상태에서 주가만 과도하게 올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영업이익이 20억원 수준이라 복제의약품 중심 회사가 과도한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시의 제약·바이오 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에 달해 높은 편인데, 특히 신풍제약의 PER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현재 800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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