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오너 1세대들, "상속세 내고 물려주는 것보다 매각이 낫다"

금융위원회의 엄격한 규제가 매각에 걸림돌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알짜 매물로 평가받는 JT저축은행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면서 다른 매물들도 함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쏟아져 나온 매물로 M&A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경영 환경이 어려운 만큼 선뜻 매수 의지를 내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저축은행 매각은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 완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일본 금융지주사 J트러스트 그룹은 최근 국내 자회사인 JT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매각하기 위해 법무법인 김앤장을 자문사로 선정했다.

JT저축은행은 2006년 설립된 예아름상호저축은행의 후신으로, 지난 2015년 J트러스트그룹에 인수돼 경기, 광주,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다.

JT저축은행은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알짜로 꼽힌다. 지난해 순이익은 181억원이었다. 총자산은 1조4164억원 자기자본은 1267억원으로 늘어났다. J트러스트가 인수했을 당시와 비교해도 4년 새 수익성은 3배, 자산은 2배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고정이하 여신비율도 지난 1분기 기준 2.95%로 건전성도 양호하다.

이런 알짜 매물이 나왔지만 주인을 찾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어려운 업황도 업황이지만 저축은행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걸림돌인 탓이다.

업격한 규제 탓에 다른 저축은행이 인수하기가 쉽지않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대형화를 막기 위해 저축은행 간 M&A를 막고 있다. 과거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인해 현행 규제는 동일 대주주가 저축은행 3개 이상을 소유·지배할 수 없다.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합병 역시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금융지주도 대부분 이미 저축은행을 계열사로 둔 상태다.

고강도 규제와 독특한 업권 특색으로 사모펀드도 인수전에 적극 나서기는 쉽지않다. 매수자는 당국의 깐깐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향후 10년 간 경영계획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회사를 인수한 뒤 단기간에 체질 개선 과정을 거쳐 되팔아 이익을 내야하는 사모펀드에게는 큰 부담이다. 사모펀드의 존재이유와도 맞지않는다.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저축은행만 10여개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 매각 붐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970년대 저축은행을 설립한 오너들이 고령화되면서 가업 승계나 매각을 고민할 시점에 도달한 탓이다. 저축은행 승계는 65%에 이르는 고액 상속세 부담이 있어 승계보다는 매각으로 노선을 돌릴 것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M&A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그나마 사모펀드가 JT저축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는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각종 규제로 사모펀드도, 다른 저축은행도 인수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축은행업계 내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도 저축은행 규제체계 합리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M&A 규제 완화에 대해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하고 법 개정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올해 금융산업 혁신정책 추진계획에 상반기 내 저축은행 간 막혀있는 M&A 규제를 합리화한다는 내용이 담긴 저축은행 규제완화안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또한 저축은행이 합병을 통해 영업구역을 늘리는 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저축은행 간 M&A 규제 완화를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다”면서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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