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기업 공통된 재무 특징

결손금·적은 유형자산·무차입 경영·풍부한 현금·낮은 대주주 지분·큰 변동성 등

사진=픽사베이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최근 K-바이오 기업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시가총액이 올 초와 비교해 100% 오른 바이오 기업이 있고, 최근 상장한 SK바이오팜은 흥행에 성공하면서 3일연속 상한가를 찍기도 했다. K-바이오는 신약개발 등을 통해 이제 우리나라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오 기업을 향한 투자 열기는 뜨겁지만 주가 변동성이 큰 탓에 투자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왜 바이오기업들은 변동성이 클 수 밖에 없는지, K-바이오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재무 특성을 살펴보자.

제약바이오 기업의 특징으로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결손금’이다. 결손금은 납입자본보다 더 많은 손실을 낼 때 재무제표에 표시하는 항목이다. 즉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의미다. 수익이 전혀 없거나 있어도 아주 적은 수준이다.

실제 파멥신(527억원), 알테오젠(106억원), 삼성제약(96억원) 등 대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많은 결손금을 안고 있다.

반면 부채비율은 낮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본을 확충하기 때문이다. 자본금을 늘리는 동시에 채권발행 등의 위험성과 원금상환 부담을 줄이고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올해 상반기에만도 에이프로젠제약(3080억원), GC녹십자헬스케어(790억원), 보령제약(400억원), 명문제약(300억원), 크리스탈(37억원) 등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둘째 ‘적은 유형자산’, ‘높은 인건비’다. 현재 제약바이오기업의 트렌드는 기술수출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신약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즉 제조를 위한 공장 없이 연구개발을 위한 실험실만 있으면 된다. 제조는 통상 글로벌 신약업체가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장을 짓는데 비용을 투자하지 않아 유형자산이 많지 않다. 연구개발이 중심이다 보니 인건비가 대부분이다.

셋째는 특징은 ‘무차입 경영’이다. 빌린 돈이 없기 때문에 이자 등 나가는 금융비용도 적다. 얼핏 들으면 빌린 돈이 없다는 건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차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에서 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 중 대다수가 2005년 이후 기술특례 상장사가 된 곳이 많다. 즉 재무구조가 건전하다기보다는 기술력 하나로 코스닥에 입성한 것이다. 때문에 대부분이 코스닥 기업이라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빈약한 재무구조 탓에 은행에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통상 자금 조달 시 비교적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전환사채(CB)를 활용한다. CB는 향후 일정 기간 동안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는 채권으로 일반 채권보다 이자율이 낮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향후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높을 때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을 노릴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때문에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을 때 전환사채에 대한 수요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

올 상반기 메디포럼제약(9억9000만원), 유유제약(100억원), 안트로젠(120억원), 신라젠(200억원), 코아스템(410억원) 등이 CB를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넷째 ‘풍부한 현금’이다. 수년간 이어진 적자, 누적 결손금이 많아도 기말의 현금은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파멥신은 올 1분기 기준 결손금은 527억원이다. 수년간 이어진 적자와 누적 결손금이 있음에도 기말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64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음에도 금융수익이 있다. 이자수익, 배당금수익, 외화환산이익, 외화차익 등을 포함한 금융수익은 16억원 가량이다. 또한 548억원 가량의 정기예적금도 있다. 정기예적금을 포함한 625억원 가량의 금융자산 활용하고 있다.

다섯째, 제약바이오기업은 ‘대주주의 지분’이 낮다. 연구자가 창업주이거나 교수, 연구원과 공동 창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임직원 수가 50명 내외, 재직기간 또한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임직원으로 채워진 곳도 많다.

마지막으로 ‘예측할 수 없는 주가’다. 주가는 바닥으로 곤두박칠 치다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2~3배 오르는 경우는 꽤 있다. 두믈지만 10배가 되기도 한다. 연구개발에 상당한 자금 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에 투자 유치 중 대주주가 사모펀드로 바뀐 회사도 많다. 대주주의 주식 비중이 10% 미만인 경우가 많아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전환사채 옵션부여 등 여러 가지 주주친화정책이라 불리는 전략적 행위들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8일 “신약 개발은 단시간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통상 10년 이상 걸리며 그 사이 막대한 투자금도 해결해야 한다”면서 “신약의 본질적인 시장가치와 개발 후 이익을 계산하지 않고 현재의 주가와 기업의 투자유치에만 많은 관심을 갖다보면 많은 피해가 생길 수 있으니 개별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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