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11곳 중 9곳 참여…기업은행은 검토중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혜현 기자] 국책은행들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 자율조정 문제를 다룰 은행협의체에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배상안을 둘러싼 다툼이 길어질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11곳 가운데 9곳이 키코 은행협의체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금융감독원에 밝혔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불참하기로 정했으며, IBK기업은행은 아직 입장을 전달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키코 은행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한 곳은 신한·우리·하나·KB국민·NH농협·대구은행과 외국계 은행인 씨티·SC제일·HSBC은행이다.

산은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은은 금감원 분쟁조정위가 판단에 따라 키코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있는 은행에 해당된다.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인 10년이 이미 지난 상태에서 배상하면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리를 산은은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분쟁조정 대상 은행은 아니었으나 키코 판매 은행이었기 때문에 협의체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협의체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과 기은의 공식 입장이 확인되면 은행협의체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키코 피해 기업의 배상 문제와 관련해 자율조정 지침을 만드는 것이 협의체의 목표다.

추가 구제 대상 기업은 145곳이다. 과도한 규모의 환위험 헤지(오버 헤지)가 발생한 기업 206개 가운데 이미 소송을 제기했거나 해산한 기업(61개)을 제외됐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문제는 2007년 말 700여개의 수출 중소기업들이 은행들의 권유로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변동해 큰 손실을 입고 파산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14개 은행과 계약을 맺었던 수출중소기업들은 금융위기로 인해 최대 20조원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3년 9월 대법원은 은행의 금융사기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판결을 내렸다.

대법원과 달리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에 불완전 판매의 책임이 있다며 4개 키코 피해 기업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한편 국책은행의 은행협의체 참여가 미뤄지면서 반쪽 협의체로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이번 키코 은행협의체에 불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은 관계자는 “현재 협의체 참여 여부를 놓고 신중하게 검토 중이고 산은과 달리 불참 가능성이 높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