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카타르 발주 초대형 LNG선.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저유가와 경기침체로 가문 날을 보내던 한국 조선업계에 최근 단비와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일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페트롤리엄(QP)이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3사가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건조를 위한 슬롯(선박 건조를 위한 공간) 예비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알린 것이다. 통상적으로 정식 발주 전에 하는 슬롯을 확보하는 내용의 계약이다.

조선 3사는 QP와 정식으로 LNG선 공급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규모는 약 23조6000억원이나 된다. 이번 카타르 수주는 단일 프로젝트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대형 호재의 영향으로 조선 3사의 주가도 강세다. 3사 중 대우조선해양은 4일 전일보다 5.96% 내린 2만7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일인 3일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7.12% 올랐고, 2일엔 14.41%, 1일엔 9.86% 급등한 뒤였다. 회사의 주가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4일까지 9거래일만에 60% 이상 상승했다.

대우조선해양의 6개월 주가 추이. 자료=구글 증권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5일 "100척 이상의 주력 LNG선은 당연히 한국 조선소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면서 "현재 운항중인 46척의 카타르 LNG선은 오일 버닝(Oil burning)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므로 이 선박들의 교체도 시간을 두고 추가적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카타르 100척의 LNG선 발주가 현실화되면 한국 조선 3사의 도크는 가득채워지게 되므로 LNG추진엔진을 탑재해야 하는 컨테이너선과 탱커, LPG선 선주사들 역시 선박발주를 서두르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우리 조선업체들의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 업체들에 대해서 “중국 대표 조선사들은 LNG선, LNG추진선을 수주해 건조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정해진 납기와 원가를 맞춘 적이 없다”며 “이번 수주는 기술력의 승리”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선업종에 대한 이익 추정치도 일부 상향 조정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817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48.6% 증가했다.

카타르 LNG선은 대량 수주에 의한 동일 선종 반복건조가 가능해 높은 건조 마진을 보이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다만 단일 이벤트가 장기적으로 주가 견인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세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정확한 발주 시기, 선가, 조선사별 수주 척수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연간 25척에 해당하는 물량이 확보됨으로써 단기적인 수주잔고에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배 연구원은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르기 위해선 LNG선 수주로는 한계가 있다”며 “유가 반등에 따라 셰일가스 증산이 이뤄지면서 상선 발주 기대감이 올라가고 탱커, 컨테이너선 등 비LNG선 발주 회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는 대우조선해양 목표주가를 이달 들어 2만5000원에서 3만5000원, 4만원으로 두 차례 높였다. 대신증권은 대우조선해양 목표가를 2만3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높였다.

힌편 대우해양조선은 현대중공업그룹과 연내에 세계 주요국의 기업결합(합병)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집행위는 코로나19로 유예했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대한 독과점 심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EU집행위는 심사기한을 9월3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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