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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공식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유가 반등을 예단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55.90달러, 약 305% 폭락한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으로, 사흘 전인 17일 대비 배럴당 57.5달러 급락한 수치다. 21일이 5월물 선물 만기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원유수요 급감으로 인해 저장탱크가 크게 부족해지면서 원유 현물 인수에 대한 극단적인 거부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면서 " 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OPEC+)의 감산 조치가 수요 감소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에서 현물 원유를 인도받는 지역은 오클라호마주 쿠싱인데, 쿠싱의 원유 저장능력은 7600만배럴이며, 지난 10일 기준 5490만배럴 재고를 기록했으므로 아직 저장 능력에 여유는 있지만 급격히 증가하는 재고가 부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 연구원은 "당분간 WTI 가격은 원유재고 소식에 약세를 지속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판단한다"며 "6월물 만기가 도래하는 5월 19일에도 가격 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승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선물 만기를 하루 앞두고 발생한 '롤오버' 수요와 저장고 부족 등으로 실물 인도를 피하기 위해 발생한 수급적 이슈 때문이었다"면서 "차기 OPEC+ 회의가 6월로 예정돼있어 6월 전 긴급회의가 열릴 가능성은 낮은 점 등을 이유로 6월물 WTI 선물도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 미국의 경우 원유 재고 수준이 2주 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고 현 상황이 8∼9주 지속될 경우 원유 저장이 한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아무리 원유가 싸더라도 저장할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비정상적 유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여지가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마이너스 유가가 실제 원유 시장의 흐름과는 차이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황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외견상 유가가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으로 보이나 활황물인 6월물 WTI는 배럴당 2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 또한 배럴당 2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WTI 6월물 가격이 배럴당 20달러 선을 유지하는 것은 글로벌 원유시장의 수급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하지는 않을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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