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금융에 주목…신한, 장기렌터카에 5000억원 투자

PLCC카드 출시 잇따라…현대, 이달 말 대한항공 PLCC 출시

아이폰 리스·금 거래까지…신영역 개척 나선 카드업계

8개카드사 순이익 추이. 출처=금감원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카드사들이 생존전략 찾기에 분주하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탓에 본업인 카드결제 수수료만으론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카드사들은 자동차금융, 타업계와의 제휴, 해외시장 진출 등 전략을 통해 새 활로를 모색중이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들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6463억원으로 전년보다 5.3%(925억원) 줄었다.

카드 수수료 인하로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2.0%(2398억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 앞서 정부의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카드사들은 지난해 연매출액 5억~500억원의 가맹점 카드 평균 수수료율을 1.4~1.9%로 낮췄다.

이에 카드사들도 결제 수수료만으론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새 먹거리 시장을 찾아 나서고 있다.

◇車금융서 대안 찾다

사진=픽사베이
카드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새 수익원은 자동차금융 시장이다. 기존에는 캐피털사가 주도했던 시장에 카드사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달 27일 현대캐피탈로부터 장기렌터카 자산을 5000억원 규모에 인수했다. 이는 신한카드가 이미 보유한 장기렌터카 관련 자산의 두 배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이번 인수로 신한카드의 장기렌터카 관련 영업자산은 8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카드측은 이번 인수에 대해 “수익자산 확대를 통한 이자수익 증대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신한카드는 자동차금융시장에서 이자수익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신한카드는 이미 자동차금융시장에서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신한카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한카드의 장기렌터카 수수료 기반의 리스부문 영업수익은 2018년 1304억원에서 지난해 1943억원으로 48.9% 성장했다. 자동차 할부금융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할부금융도 지난해 영업수익이 1326억원으로 1년 사이 21.9% 늘었다.

신한카드는 장기렌터카 인수 이외에도 자동차금융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운영중이다. 신한카드는 2017년 중고차 매매 플랫폼 '차투차'를, 2018년 10월에는 자동차금융 플랫폼 '마이오토'를 각각 오픈했다. 내년에는 별도의 ‘렌탈 중개 플랫폼’ 오픈까지 추진중이다.

KB국민카드도 자동차금융시장을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지속적으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카드의 자동차할부금융 수익은 2016년 15억원에서 2018년 444억원, 지난해 713억원으로 급성장했다.

KB캐피탈과의 시너지가 주효했다. 2016년 선보인 KB캐피탈의 중고차거래 플랫폼 'KB차차차'에서 KB국민카드의 자동차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민카드의 자동차금융 실적은 급성장세를 이어나갔다.

올해에는 중고차 할부금융 특화 영업점 '오토(Auto) 금융센터'를 열고 중고차 금융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국민카드가 올해 오픈한 ‘오토 금융센터’는 차량 매매부터 할부 결제까지 중고차 구입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곳이다.

국민카드는 이 센터를 통해 중고차 매매단지 등을 상대로 영업 기반을 발굴하고, 중고차 시장 특성을 반영한 마케팅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오토금융센터를 다른 곳까지 확장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우선 올해초에 오픈한 오토금융센터를 보고 향후 확장 가능성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업으로 활로 모색

카드사들은 다른 기업들과의 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카드다. PLCC는 신용카드를 직접 보유하고자 하는 기업이 카드상품의 설계와 운영 부문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카드사와 협력해 만드는 신용카드다. 유통업체의 자체상표(PB) 상품처럼 카드사가 아니라 특화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의 자체 브랜드를 사용하는 신용카드라고 보면 된다.

PLCC의 장점은 카드사 입장에서 보면 각종 비용 지출을 기업과 나누다 보니 마케팅, 모집 비용은 줄일 수 있고 제휴 기업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PLCC 부문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카드사는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2018년말 PLCC 조직을 격상해 'PLCC본부'까지 만들면서 PLCC 부문 사업 역량을 집중시켰다.

특히, 현대카드가 2018년 이베이코리아와 함께 출시한 PLCC신용카드인 ‘스마일카드’는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42만명을 돌파하는 등 대표적인 PLCC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현대카드는 지난해 창고형 대형마트인 코스트코에서 결제할 수 있는 전용카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카드-이베이코리아 스마일카드. 사진=현대카드 제공
올해에는 대한항공과 손을 잡고 첫 항공사 PLCC카드 출시를 준비중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달 말쯤 대한항공과 합작한 PLCC카드가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삼성·KB국민·씨티카드 등 4곳도 카카오뱅크와의 협업을 통해 카카오뱅크가 직접 신상품 설계에 참여하는 PLCC 형태의 카드 출시를 준비중이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이들 4개사를 제휴사로 선정했다. 카카오뱅크 PLCC카드는 올해 2분기중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카드도 토스와 손을 잡고 지난 1일 PLCC 신용카드 형태로 상품을 출시했다. 이 카드는 토스가 직접 운영해 참여하는 만큼 혜택이 기존 제휴 카드들보다 크다. 구체적으로 토스신용카드는 국내 이용시 전월 실적에 따라 최대 2.5%가 캐시백된다. 특히, 올해말까지는 0.5%의 추가 캐시백도 제공중이다.

◇"안 가본길 가보자"

KB국민카드는 3월 26일 서울 종로구 KB국민카드 본사에서 ‘애플 제품 리스 금융 서비스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가운데)과 황규명 갈라인터내셔널 대표(왼쪽), 홍철환 대화컴퓨터 대표(오른쪽)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카드 제공
카드사들은 ‘본업 위기론’에 따라 그간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은 영역까지 뻗치고 있다.

국민카드는 지난달 애플과 업무협약을 맺고 전자기기 리스사업에 뛰어들었다. 전자기기에 대한 리스금융 서비스는 카드업계 최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애플 제품을 선택한 뒤 리스 금융 약정을 체결하면 국민카드가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사들로부터 해당 제품을 구매해 고객에게 인도하고, 고객은 매월 사용료(리스료)를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애플 제품에 이어 내구 연한이 있는 내구재 품목으로 리스 금융 대상 상품을 다양하게 확대하는 등 수익 다각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 매매 서비스를 시작한 카드사도 있다. BC카드는 지난달 간편결제 앱 ‘페이북’으로 금을 매매할 수 있는 ‘KRX금 간편투자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 서비스는 신한금융투자에서 판매 중인 '금 99.99K' 종목을 몇 번의 터치 만으로 주문할 수 있다. 특히, 적금처럼 매월 일정 수량의 금을 자동으로 구매해주는 정기투자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BC카드는 페이북 앱을 통해 금 매매 서비스 이외에도 금융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카드사들의 신사업 개척 행보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것이 본업 업황 악화에도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사업다각화에 성공하지 못한 카드사들은 실적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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