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T 사장. 사진=SKT 제공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과거 어느 때보다 우리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다. 코스피 지수는 시시각각 출렁이며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연초 2260선을 오가던 코스피 지수는 3월 19일 하루에만 8% 넘게 폭락해 1450대까지 후퇴하기도 했고 선물 변동 폭이 일정 수준 이상 커지면서 강제로 매매로 중단되는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가 코스피 코스닥 두 시장 모두에서 발동되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QE)에 한국은행도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발을 맞추고 있지만 증시의 지수들은 여전히 불안정하게 움직였다. 국내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실물경제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초유의 변동장세에서 불황기에도 경기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대표적인 경기방어주 ‘통신주’마저 그 기능을 잃었다. 3월 이후 이동통신 3사의 주가는 연일 최저점을 찍고 내려가고 있다.

이중 1위 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주가도 수직하강했다. 26일 종가기준 주가는 17만3000원으로 3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26일 종가 24만4500원에 비해 29.2% 하락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통한 5세대 이동통신(5G)이 올해 대중화 원년을 지나면서 통신사들의 성장 여력이라 될 것이라는 기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꺾여버린 것이다.

시장에서도 올해 통신사들의 5G 보급 확산의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이 없던 지난 1월 국내 5G 순증 가입자 수가 작년 5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월에는 이보다 순증 가입자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에 2분기부터는 가입자당 매출액(ARPU) 개선이 뚜렷해질 것으로 봤던 가정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SK텔레콤의 1분기 영업이익도 2865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5%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사들은 지난해 5G 마케팅 등으로 인한 '출혈'의 대가가 올해 1분기 이후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SK텔레콤도 지난해 사상 최대 연매출 17조7437억원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7.6% 줄어든 1조1100억원에 그쳤다. 5G 설비 투자와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과도했던 것이다.

올해 초 업계에서는 국내 5G 가입자가 올해 1600만명에서 최대 2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오는 2023년 5G 스마트폰은 휴대폰 전체 출하량의 5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같은 정부 관련 부처도 5G 가입자의 급증을 대비해 업계에 5G 서비스망 확대와 서비스 질 제고를 촉구하고 중저가 요금제를 내놓기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신규 5G 스마트폰 출시가 이어지고 가입자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던 기대와는 달리 코로나19의 여파는 강력했다. 5G 가입자 증가폭이 급격히 줄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5G 가입자 수는 496만명으로, 작년 12월 467만명보다 29만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신규 스마트폰 생산에까지 차질을 주고 있다. ABI리서치는 중국 등의 공급망 정체로 5G스마트폰이 본격 개화할 시기인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 생산량이 전년 같은기간보다 30%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뿐만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천공항 출국자 수가 80% 줄면서 SK텔레콤의 주력 사업중 하나인 로밍사업도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6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한 박정호 사장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또 "5G 상용화 이후 가장 빠른 70일 만에 10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고, 현재는 200만명을 넘어섰다"면서도 "외환위기 사태, 금융위기와 비견되는 경제상황이 예견되고 있고 글로벌 거시 환경에서 SK텔레콤도 자유롭긴 어렵다"고 했다.

결국 SK텔레콤 주가 반등 시점은 사실상 코로나19의 종식과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감염병 유행이 공식적으로 종료됐다고 발표되기 전까지는 SK텔레콤의 주가 불확실성도 계속될 수 있더.

다만 SK하이닉스, 티브로드, ADT캡스, 11번가 등 자회사의 가치를 감안하면 현재 주가는 과도하게 저평가된 상황이라는 평도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 개선에 따라 주가 상승이 이어지는 SK하이닉스, 티브로드와 합병을 앞둔 SK브로드밴드,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11번가, 인수 이후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ADT캡스 등 자회사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는점에서 SK텔레콤의 기업가치는 충분한 상승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가 올해 지배구조 변화와 가능성과 사명 변경 등 큰 변화 시기의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이 상대적으로 시장 상황에 영향을 덜 받는 수익구조를 가진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가입자의 증가 속도가 더딜 뿐 갑자기 통신 사용을 중단하지 않는다. 개인이 비용을 최대한 줄였던 금융위기 시절에도 통신은 유지했었다"며 "5G 가입자의 성장 폭이 둔화되는 아쉬움은 (마케팅 등) 비용 절감으로 일부 보상 받을 수 있다"고 해석했더.

성장성 못지 않게 안정성이 중요한 시기에 배당기대수익률이 높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효율성에 중점을 둔 비용 집행으로 예상되는 안정적인 수익 흐름은 배당 전망을 유지할 수 있어 5%대의 배당기대수익률은 초저금리 시대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자회사 이익이 지속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2021년에는 중간배당 증가를 통한 배당금이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SK텔레콤은 2015년 이후 연간 주당 배당금 1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도 현금배당액은 지난해 8월 지급된 중간배당금 1000원을 포함한 주당 1만원으로 확정됐다. 현재 SK텔레콤의 배당수익률은 4.2%로 KT(3.94%)나 LG유플러스(2.82%) 등 다른 경쟁 통신사보다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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