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주제로 한 작품은 많지만 누구도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이야기라 의미가 깊다. '1급기밀'이 최초로 방산비리를 다루며 기득권의 추악한 얼굴을 깊숙히 파고 들었다.

‘1급기밀’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봉인된 내부자들의 은밀한 거래를 폭로하는 범죄 실화극이다. 1997년 국방부 조달본부 외지부 군무원의 전투기 부품 납품 비리 폭로와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 2009년 군납문제를 폭로한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1급기밀'은 故 홍기선 감독의 유작으로, 2009년부터 국내 최초로 방위산업비리를 소재로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 2010년부터 본격적인 기획 및 제작에 나섰다. 다수의 방산비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 제작했다는 사실은 홍 감독의 용기와 세상에 빛을 비을 보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사건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달본부의 비리가 당시 국방부 조달본부 구매담당관이었던 故 박대기 선생의 양심선언으로 MBC '2580'과 일간지에 의해 보도됐다. 외국 무기 부품 구매과정과 국방부가 제작가보다 최고 4,500배까지 고가로 구입함으로 군 예산을 낭비하고 있단느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고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 하지만 상부에서는 국방부 감사로 사건을 축소시키고 무력화했다. 여기에 국방부 감사까지 관여했다. 이같은 결정에 국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고 결국 여론에 못이겨 경질됐다.

2002년 3월에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 'F-X 사업'의 시험평가를 책임지고 있는 공군시험평가단 부단장 조주형 대표가 "국방부 핵심인사가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특정기종을 선택하고 시험평가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방송사에 제보했다. 특히 이 특정기종은 미국내에서도 사실단 단종된 것으로 충격을 안겼다. 국방부는 조 대령을 군사기밀 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박 대령은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에 3년 형이 확정되는 힘든 나날을 보냈다.

영화의 큰 줄기는 항공부품 비리를 다루고 있지만 홍 감독은 2009년 10월에 있었던 해군 납품 비리 의혹도 녹여냈다.

실제로 홍 감독은 민감한 소재 때문에 모태펀드에서 투자를 거부 당했으며 지역영상위원회와 개인 투자자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촬영에 착수 할 수 있었다.

故 홍기선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선택', '이태원 살인사건' 등 사회고발성 색이 짙었다. 외면 받은 사람들을 조명하고 부조리한 사회에 함께 분노했다. "영화는 희망에 관해 말아야 하는 것이다. 영화를 안만드는 한이 있떠라도 아무거나 만드는 감독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신념을 보였던 홍 감독은 '1급기밀'에서도 맥을 같이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새 정부가 '적폐청산'에 힘을 쏟고 있는 지금, 방산비리 논란도 피해갈 수 없는 쟁점 중 하나다. 희망을 말하고자 했던, 故 홍기선 감독의 '눈'을 이제 우리가 확인해야 할 차례다. 관객들은 '1급기밀'을 함께 들을 준비가 됐다. 오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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