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 불심가요를 부르는 가수 오영민. 알고 보니 그는 1970~80년대 오승근의 ‘떠나는 님아’, 박우철의 ‘돌아와’ 등을 작곡한 최고의 작곡가 원세휘의 애제자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원세휘의 유작을 함께 탄생시키며 그들의 잔잔한 만남과 이별이 가요계에 감동을 주고 있다. 본지는 지난 5월 원세휘와 함께 앨범을 완성시켜 2집을 앨범을 낸 오영민을 최근 논현동에서 만났다.

“제가 1993년 불심가요 1집을 발매한 후, 24년 만에 낸 불심가요 앨범입니다. 이 앨범에는 평소 원세휘 선생께서 가장 애착하시던 ‘봉정암’이라는 곡이 담겨있어 저에게도 뜻 깊은 앨범입니다. 앨범 발매 또한 의미있게 금년 초파일 전 날부터 판매가 시작됐습니다”

원세휘와 함께 불심 하나로 제작한 2집 앨범 ‘심향’은 2년의 작업 끝에 완성됐다. 이 앨범은 원세휘가 가장 애착하는 ‘봉정암’을 비롯 ‘리자여’, ‘용서하소서’ 등이 담겨 있으며 원세휘의 유작이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2년여 동안 동거동락하며 2집 앨범을 완성시켰다. 공들인 앨범이 빛을 보기 직전, 원세휘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직장암 판결을 받게 된 것.

"제작비가 없어 최저비용으로 앨범을 낼 방법을 연구하다 원세휘 선생과 집에서 컴퓨터로 직접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앨범을 마무리하는 도중 원세휘 선생께서 직장암 판결을 받으셔서 마지막 작업은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 다행히도 앨범이 나온 후 완성본을 볼 순 있었어요“

가족들에게 조차 병을 숨기며 살아가다 돌아가셨을 때 유일하게 그의 임종을 지킨 것은 오영민씨였다.

“돌아가신 원세휘 선생께 제 노래가 라디오를 통해 나오는 것을 녹음해 들려드렸더니 뿌듯해 하셨습니다. 원세휘 선생께서 눈물을 흘리시며 너 같은 제자가 있어 너무 고맙다고 말하시고 약 10일 후 돌아가셨습니다”

그는 처음 대중가요를 시작으로 나아가 1987년에는 일본으로 진출하여 3집까지 발표한 1세대 한류스타 출신가수다. 대중가요를 하다 갑자기 불심가요로 전향, 그는 원세휘와 함께해온 시간 중 절반인 20여 년간 불심가요를 함께 했다.

“제가 1947년 KBS1 전국노래자랑 연말 대상을 수상하며 가수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부터 인연을 맺기 시작해 44년간을 함께 했습니다. 원세휘 선생께서 갑자기 1980년대 말 대중가요에 손을 떼고 불교가요를 연구하시기 시작하셨고, 저는 그렇게 원세휘 선생의 권유로 불교음악에 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한 원세휘에게 오영민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원세휘의 많은 제자들이 대중가요 가수로 유명세를 떨친 반면 오영민은 기나긴 무명가수 생활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

"사실, 원선생님을 거쳐간 제자들은 거의 다 유명한 대중가수로 많은 사랑을 받았었거든요. 저는 무명생활도 길었고, 생각만큼 잘 되지 못해서 원선생님에게 저는 늘 아픈 손가락이었죠. 원선생님은 저한테 한번도 크게 꾸지람을 하신 적이 없어요. 저를 이해해주셨고, 사랑으로 보듬어 주셨죠. 그런 보살핌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있었어요. 저에게 원선생님은 하나뿐인 스승이시자 은인이십니다."

최근 원세휘씨와의 작별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그는 다시 불심가요를 부르며 대중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불교음악으로 대중분들과 소통할거에요. 지금처럼 불교 방송, 라디오를 통해 새 앨범 많이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불교 음악에 많은 관심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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