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득권층의 면면을 적나라하게 짚은 '보통 사람'. '내부자들', '더킹'에 이어 관객들의 공감과 뭉클함으로 흥행 공식을 따를 수 있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보통사람’은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보통사람'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팩션(팩트+픽션) 작품이다. 배경은 전두환 대통령 집권 시기이자 혼란의 시기였던 1987년이다. 당시 국민들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대통령 직선제, 413 호헌조치, 이한열 열사의 죽음, 6월 항쟁 등 많은 사건들로 분노했다.

권력을 잡고 있던 기득권들은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연쇄 살인사건을 공작해 꾸민다. 공작의 우두머리는 규남(장혁)이다. 규남은 적당하게 공작을 실현해줄 형사로 청량리 서의 성진(손현주)을 택한다.

성진은 말못하는 아내와 다리가 아픈 아들을 두고 있는 평범한 가장이다. 규남은 모든 것은 나라를 위해서라는 자시만의 삐뚤어진 신념을 성진에게 강요한다. 성진이 흔들릴 때마다 아내와 아들을 언급하며 그의 시선을 돌린다. 갑자기 권력이 생긴 성진도 이대로 공작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지만 하나의 사건이 터지면서 선택을 후회한다. 선택을 되돌릴 수 없음에 규남에게 직진으로 대립한다.

권력의 상징인 남산 안기부 요원인 규남은 뜻에 반하는 국민들을 잡아들여 고문을 하고 죽음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애국이란 삐뚤어진 신념이 많은 이들에게 위협을 가한다.

성진이 잘못을 깨닫고 권력에 도전하면서 벌어지는 과정이 2017년의 지금과 많이 닮아 있어 눈길을 끈다. 물론 환경과 경제적인 설정은 다르지만 권력은 더 막강한 권력을 원하고, 국민들은 '보통사람'의 기본권을 찾으러 광화문으로 나선다.

지난해 '내부자들'과 올해 1월 개봉한 '더킹'도 권력의 정치권력과 재벌, 언론들의 얽히고 설킨 권력층들의 유착관계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내부자들' 개봉 당시에는 영화 속의 이야기가 실제 우리들의 이야기로 드러날 줄 아무도 몰랐다. 이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게 됐고 국민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내부자들'에 출연해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탄 이병헌은 "'내부자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재미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영화니까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 사회 현상을 너무 극적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현실이 '내부자들'을 이겨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소신 발언, 이런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한마음이 돼 촛불을 들고 있는 장면을 봤다. 언젠가 그것이 희망의 촛불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도 수상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더킹' 역시 예고편에 정치 검사들이 굿을 통해 다음 대통령을 알아보는 풍자 장면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상상만 했던 시나리오가 실제 그림과 비슷해지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보통 사람'은 '내부자들'과 '더킹'의 온도 차이가 있는 영화다. 앞선 두 영화가 액션과 풍자, 반전 사이다 장면으로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면 '보통 사람'은 진중하게 영화를 끌고 나간다. 유머 코드가 섞여있긴하지만 영화의 색채는 결코 가볍지 않다. '보통 사람'은 1987년과 2017년의 대한민국이 변한 점이 없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사람'들의 자주적인 발걸음도 여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올해 봄 '보통사람'이 주는 울림과 뭉클함이 관객들의 목울대를 차오르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오는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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