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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스포츠한국 제공)
[데일리한국 홍민경 기자] "저는 조화로운 게 가장 좋아요. 영화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 어떤 것이든 조화롭고 자연스러운 것을 제일 좋아해요."

한효주를 한 마디로 평하자면 조화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영화 이야기를 할 때면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는 배우 한효주의 모습이 보이다가도 사적인 이야기를 할 때면 시원시원한 입담으로 솔직하고 발랄한 매력을 구사한다.

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효주는 그날의 따뜻한 봄 햇살과 어울리는 싱그러운 미소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는 빼어난 미모와 탁월한 창법으로 최고의 예인이라 불리는 소율(한효주)과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연희(천우희)가 당대 최고의 작곡가 윤우(유연석)의 노래를 차지하기 위해 대립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효주는 극 중 최고의 가수를 꿈꾸는 마지막 기생 소율 역을 맡아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그동안 영화 '뷰티 인사이드', '쎄시봉', '반창꼬' 등에서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으로 분하며 청순한 이미지를 쌓아온 한효주가 이번 영화 '해어화'에서는 사랑과 성공을 위해 욕망을 표출하는 도발적인 여인으로 등장해 극적인 내면 연기를 선보였다.

"여배우가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너무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런 와중에 여배우가 돋보이는 시나리오여서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있었어요. 또 '배우로서 극적인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겠구나.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겠구나'라는 연기 욕심 같은 것도 생겨서 '해어화' 출연을 결심했어요"

한효주는 가녀린 겉모습과 달리 더 나은 캐릭터를 표현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제안하는 확고한 의지를 가진 강인함을 가진 배우다. 실제로 극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천우희는 최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한효주 씨는 굉장히 흔들림이 없더라. 되게 연약하다고 봤었는데,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강인함과 꿋꿋함이 있었다"라며 엄지손을 치켜 들었다.

"제 캐릭터에 대한 고집을 좀 많이 부렸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 다양한 의견도 제안하고 어떻게 해서든 소율이라는 인물이 설득력을 가질수 있도록 고집을 부렸어요. 배우로서 제 캐릭터를 잘 만들어 내고 싶은 책임감과 욕심 같은 것 때문이죠. 이제는 마냥 내 것만 할 수 없고, 현장 전체를 보고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도 판단하고 있어야 될 것 같았어요. 배우로서 단순하게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이외의 것들도 신경써야겠다는 느낌이 이번 영화를 통해 많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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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의 캐릭터를 향한 열정은 극 초반부터 특히 돋보였다. 기생학교 권번에서 나고 자란 소율은 어느 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권번에 들어오게 된 연희(천우희)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민 순수한 아이였다. 하지만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로 사람들의 찬사를 받게 되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도 그녀에게 눈을 돌리자 질투와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되는 인물이다.

"극 초반 소율을 시나리오보다 좀 더 밝게 그리고 싶었어요. 순수하고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부각시키고 싶었죠. 사실 극 중의 소율이 나이가 19, 20살 정도로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그러다보니 경험이 없죠. 특히 권번에서 나고 자라서 권번 밖 세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예쁘다. 잘한다' 칭찬만 받고 컸어요. 그래서 그 나이가 되도록 순수함을 잃지 않았을 테니 그 순수함 때문에 자기 앞에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렇게 변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소율이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 경험이 있고 생각할 수 있는 판단 능력이 됐다면 그렇게 비극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았을 수도 있죠. 뒤로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소율이 힘을 받으려면 앞부분이 더 밝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영화 '해어화'에서는 순수와 욕망을 넘나드는 젊은 소율의 얼굴뿐만 아니라 지나간 날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는 애잔한 노인의 얼굴까지 한효주의 흥미로운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지난 언론시사회 때 자신의 노인 분장이 영화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 두려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배우로서의 책임감으로 극복해낸 배우 한효주다.

"노인 분장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감독님께서는 '효주 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소율을 책임져야 한다. 당신이 1시간 50분동안 한 인물을 끌어왔는데 마지막 10분을 다른 사람이 마무리한다는 건 관객이 받아들일수 없다'고 하셨죠. 아무래도 노인 분장 자체가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영화적인 설정으로 너그럽게 봐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를 끌고 온 정소율의 얼굴에서 끝내고 싶었어요"

한효주는 정가의 명인으로 꼽히는 소율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기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정가와 한국무용, 일본어를 익혔다. 그 결과 청아한 목소리로 우리나라 전통 가곡인 정가의 아름다운 매력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했고, 빈틈없는 일본어 구사로 일제강점기 시대상을 그대로 재현해내 몰입도를 높였다.

"3, 4개월 동안 치열하게 저를 훈련하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일주일에 3일은 정가를, 3일은 한국 무용을 배우러 갔어요. 힘들 때도 있었지만,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 같은 게 있었어요. 또 배워나가면서 진짜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는 성취감도 재밌었죠. 좋은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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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서 윤우(유연석)는 소율의 아름다운 외모와 정가를 부르는 단아한 모습에 소율을 복사꽃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복사꽃의 꽃말은 ‘사랑의 노예’다. 감독의 의도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친한 친구에게 빼앗긴 사랑을 되찾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소율의 모습을 암시한 듯하다. 그렇다면 여자 한효주는 이런 극 중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소율과 같은 선택을 할까.

"그런 경험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지금까지 제 성격으로 볼 땐 제가 포기할 것 같아요. 제가 마음이 아픈 것을 선택하고, 받아들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또 제 일이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죠.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요. (웃음)"

스크린 밖에서 본 한효주는 인터뷰 중간중간 귀여운 추임새와 명랑한 웃음소리로 꾸밈 없이 자연스러운 매력을 발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또 여느 여성들처럼 따뜻한 봄바람에 설레어 하고 예쁜 사랑도 하고 싶은 평범한 여자였다.

"제 안에 여러 모습이 많아요. 굉장히 차분해질 때도 있고, 정말 들뜨면 조증이 될 때도 있죠. 뭔가를 꾸미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무슨 척을 하면서 보여드린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연애도 하고 싶어요. 봄이 되니까 마음이 살랑살랑 거리기도 하고, 길거리엔 연인들이 지나다니고… 십센치가 부릅니다, 봄이 좋냐! (웃음) 요즘에 가사가 좋더라고요. (웃음) 연애하시는 분들 행복하게 연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도 곧 그런 날이 찾아오기를 바라야죠"

한효주는 어린 나이에 드라마 '동이'로 연기대상을, 영화 '감시자들'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각종 시상식에서 꾸준히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최고의 여배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는 상에 대한 욕심은 없다. 그보단 연기 욕심이 먼저였다.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하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그는 말 그대로 천생 배우였다.

"상을 받았을 때 기쁘고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론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잘하고 싶은 것, 제가 연기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던 진리에요. 앞으로도 연기를 잘하는 게 목표지 그 외의 것들을 더 바라거나 하지는 않아요. 진짜 좋은 감독님을 만나서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하는 게 최대의 목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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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6/04/20 07:00:13 수정시간 : 2016/05/02 17: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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