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오 나의 귀신님'서 처녀 귀신에 빙의된 나봉선 역 맡아
"19금 대사들 부답스러웠다"
"조정석, 눈으로 표현하는 배우"

최근 종영한 ‘오 나의 귀신님’서 처녀 귀신에 빙의된 나봉선 역으로 열연한 배우 박보영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규연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조현주기자] 광대가 승천했다. 배우 박보영(25)이 동그란 눈을 부릅뜬 채 상대 배우의 눈을 마주치려 노력하고, "한번만 하자"는 야릇한 대사를 던질 때 시청자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만발했다. 남심은 물론 그의 애교는 여심까지 확실하게 잡는데 성공했다.

박보영은 지난달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극본 양희승 양서운, 연출 유제원)에서 자신의 매력을 폭발시켰다. 음탕한 처녀 귀신 신순애(김슬기)가 빙의된 소심한 주방 보조 나봉선으로 분한 그는 극과 극의 성격을 이질감 없이 그려냈다. 물론 쉽게 이뤄낸 결과는 아니다. 2008년 방영된 '최강칠우' 이후 오랜만의 드라마 출연이기에 고민이 많았다. 매일 같이 김슬기의 특징을 캐치하기 위해 그를 관찰하고, 데뷔 후 처음으로 찍는 키스신을 공부하기도 했다.

"드라마를 안 하려고 했던 건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저랑 인연이 아닌가 싶었죠. 준비는 계속 했는데 편성에 문제가 생기고 상대 배우가 틀어지면서 미뤄진 적도 있어요. 준비를 잘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영화를 먼저 찍어야 되는 상황이 오기도 했고요."

"이렇게 긴 호흡의 드라마는 처음"이라던 그는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했다. 작품 결정을 할 때 한 번도 감독을 만난 적이 없던 그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저는 작품을 결정하기 전에 감독님을 뵙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찾아뵈었어요. 대본이 재밌었는데 불안하고 또 두려운 걸 떨쳐 내고 싶었거든요. 커다란 이야기를 한 건 아니지만 짧은 사이에 신뢰가 생겼죠. 촬영 내내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장난치면서 애드리브를 치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우리 현장은 대본도 빨리 나오고 잠도 잘 재워줬거든요. 제가 너무 겁을 먹었죠."


박보영은 왜 그렇게 겁을 먹었던 걸까? 그는 과거 드라마 촬영 당시 한 스태프의 한숨소리가 기억에 남았다고 털어놨다.

"시간에 많이 쫓겼어요. 감독의 액션 소리와 함께 울어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제가 제대로 울지를 못했거든요. 그때 스태프의 한숨소리가 들려왔어요. 당시 제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거든요. 지금이라면 그렇지 않았겠지만 당시에는 고스란히 상처로 받아들였어요. 무서웠고 삭막했죠. 그냥 오랜만의 드라마 촬영이 아니라 내 역량이 들통 날까봐 무서웠던 것 같아요. 과연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었죠."

두려움을 떨치기 위한 방법은 노력뿐이었다. 그는 소심함과 대범함을 오가는 캐릭터를 치밀하게 연구했고, 피드백 역시 확실하게 확인했다. 2.6%(닐슨코리아 집계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는 7.3%의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응답하라 1994'와 '미생'에 이은 tvN 역대 드라마 중 세 번째로 높은 시청률 수치다.

"피드백이 빠른 것이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되더라고요. 시청자들의 반응이 너무 재밌고 신기해서 방송을 보면서 같이 대화를 했어요. 일일이 반응을 확인했죠. '뒤로 갈수록 소심한 봉선이가 밝아진다'는 말에는 두 사람을 다르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지만 '내가 너무 순애처럼 됐구나'라고 느껴졌죠. 시청자들의 피드백으로 부족함을 파악했어요."

난무하는 센 대사들도 그에게는 고충이었다. 신순애로 빙의된 나봉선은 시도 때도 없이 스타 셰프 강선우(조정석)에게 들이댔다. 그는 도발적이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한 대사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학생 역할을 많이 하다가 드디어 내 나이대의 역할을 하게 됐어요. 나봉선은 갓 사회에 입성한 친구잖아요. 제가 많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친구라 생각했죠. 성인 연기에 대한 부담감보다 센 대사들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모텔 앞에서 '잠깐 쉬었다 가요', '한번만 해요'라는 대사들을 텍스트로 보니까 되게 세게 다가오더라고요. '아무리 케이블이지만 이게 돼요?'라고 되물었어요. 어떻게 시청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상대배우 조정석은 큰 힘이 됐다. 그는 조정석을 "눈으로 연기하는 배우"라고 정의 내렸다.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으세요. 연기를 하면서 '같이 호흡을 하고 있구나'가 느껴졌죠. 사실 제가 키스신이 처음이에요.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까 (조)정석 오빠가 굉장히 힘들어하셨더라고요. 제 키스신 처음에 대한 부담감을 저보다 많이 느끼셨더라고요. (웃음) 긴장도 풀어주고 노력을 많이 해주셨어요. 로맨스신은 대체적으로 그러셨죠. 눈빛 표현을 참 잘하세요. '얘가 나를 좋아하나?', '부끄럽지만 너에게 고백을 할게' 이런 표현도 눈만 보면 알 수 있어요. 눈으로 표현하는 정말 대단한 배우세요."

박보영에게 '오 나의 귀신님'은 용기를 준 작품이다. 어느덧 데뷔 10년차를 맞이한 그는 연기를 하면서 한계에 부딪히고 슬럼프를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촬영한 영화 '돌연변이'와 연달아 찍은 '오 나의 귀신님'은 그동안 힘들었던 것이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행복한 촬영이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아요. 촬영하면서 천재지변이 나서 촬영이 지연되길 바란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아무리 힘든 스케줄에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앞으로 연기 생활을 하면서 슬럼프를 겪는 시기가 또 올수도 있겠죠. 그때 이 작품을 생각하면 힘이 될 것 같아요. 제가 매일매일 일기를 써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다시 읽었는데 정말 행복이 뚝뚝 묻어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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