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 '오피스'서 인턴직원 미례 역으로 열연
센 캐릭터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걱정돼
이 영화 최대 수확은 류현경 언니 "내면에 반했어요!"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기자] 얼굴에서 '똑' 소리가 날 정도로 총기가 흘러 넘쳤다. 영화 '오피스'(감독 홍원창, 제작 영화사 꽃)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고아성은 할리우드 전설적인 여배우 조디 포스터의 어린 시절이 연상됐다. 개성 있는 이목구비에 또랑또랑한 인상, 나이보다 성숙한 언변에서 지성미가 물씬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아역배우 출신인 것과 명문대 출신인 것도 조디 포스터와 닮았다. 개성적인 역할을 도맡으며 배우로서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점도 '평행이론'을 떠오르게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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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성의 첫 원톱 주연작 '오피스'는 평범한 직장인 김병국 과장(배성우)이 자신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회사로 돌아간 후 자취를 감추고, 그의 팀원들이 한 명씩 살해당하는 의문의 사건을 그린 공포 스릴러물이다.

고아성은 사건의 중심에 서는 식음료회사 인턴 직원 이미례 역을 맡았다. 미례는 매일 정직원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고아성은 기대대로 선굵은 연기력으로 미례의 열등감과 비애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마지막 반전 때문에 20대 초반 여배우로서 선택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듯하다.

"정말 요즘 말하는 '센캐'(센 캐릭터)죠.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정말 몰입해 한 번에 다 읽었어요. 재미있는 소설책을 한 번에 뚝딱 읽은 느낌이었어요. 출연을 결정하고 작품 준비하면서 캐릭터를 분석하다보니 두려움이 들더라고요.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촬영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 것 같다는 예감도 들었고요. 그러나 그럴수록 도전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더 났어요."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영화 속 고아성이 연기한 미례는 성실하지만 스펙이 다른 이들에 비해 부족해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 모든 걸 가진 듯해 보이는 배우 고아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해 취업난에 시달리는 현재 젊은 층의 고민도 쉽게 와 닿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그건 오해였다. 강해보이는 인상 뒤에 섬세한 소녀가 숨어 있었다.

"우리 언니가 취업준비생이에요. 그래서 그 현실을 잘 알죠. 요즘 사회는 열심히만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더 미덕인 시대 같아요.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아도 잘하는 게 최고 가치로 대우받죠. 촬영을 준비하면서 이런 시대에 미례 같은 친구가 어떻게 견딜까 생각하니 참 속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촬영을 하다 온몸이 너덜너덜해져 숙소에 와 쉬고 있는데 나와 미례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실한 것 이외에는 솔직히 여배우로서 내세울 게 별로 없잖아요. 자의식은 높은데 자존감이 낮은 모습도 바로 저였어요. 저도 열등감 콤플렉스가 정말 많거든요. 그러나 자의식이 높아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이렇게 인터뷰나 레드카펫에 섰을 때 없는 걸 최대한 끌어 모아 나오곤 해요.”

‘오피스’는 비정규직 인턴의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미생’과 비교된다. 그러나 ‘오피스’의 회사는 ‘미생’처럼 인간적인 면모가 살아있는 곳이 아닌 약육강식의 법칙이 살아있는 정글 같은 곳이다.

그러나 같은 부서 직원들로 나온 김의성 류현경 박정민 오대환 이채은 등 실력파 선배 배우들과의 함께한 촬영현장은 화기애애함의 극대치였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만난 류현경과는 나이를 뛰어넘어 가장 가까운 절친이 됐다.

“‘오피스’를 촬영하며 얻은 최고의 수확은 현경 언니예요.(웃음) 언니 내면의 진지함에 홀딱 반했어요. 그렇게 현실적이면서 똑똑한 배우는 처음 만났어요. 또 다른 분들도 모두 끼가 충만하고 유머가 넘쳤어요. 이런 분들이 모이니까 시너지 효과가 정말 나더라고요. 정말 가족같이 즐겁게 촬영했어요.”

고아성은 이번 영화에서 고난이도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단순한 싸움이 아닌 절망적인 감정이 투영된 몸싸움이었기에 더욱 힘들었을 법하다. 고아성은 액션 연기가 나오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액션이라기보다 공포 영화 장르에 맞는 육박전이죠. 촬영 한달 전부터 액션 스쿨에 다니면서 합을 마친 후 촬영에 들어갔어요. 감독님이 무척 신경 쓰는 부분이었어요. 아수라장 같은 느낌을 원하셨어요. 능동적으로 액션 연기를 해보니 새롭고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발산하는 연기를 해보니 내면에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었어요.(웃음)”

고아성은 아역시절부터 이제까지 늘 평범하지 않은 작품에서 비범한 연기를 선보였다. ‘오피스’는 그 결정판이라고 할 만하다. 작품 선택 기준이 궁금해졌다.

“제 내면에는 청개구리 기질이 있나 봐요. 항상 하던 것과 다른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그러나 ‘오피스’ 끝날 때쯤 그동안 해온 걸 돌이켜보니 너무 독특한 것만 고집한 것 같아요. 항상 새롭고 평이하지 않은 걸 하고 싶었죠. 그러나 이젠 독특한 것만 고집하는 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에서 결정한 게 지금 촬영하고 있는 ‘오빠 생각’이에요. 아역배우들과 촬영하면서 제대로 힐링하고 있어요.”

‘오피스’는 지난 5월 열린 제68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해외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괴물’ ‘설국열차’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고아성은 지난해 할리우드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으며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이기도 하다.

“사실 할리우드 진출은 뚜렷한 욕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에요. 그건 소속사에서 고민해봐야 할 문제일 것 같아요. 그냥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은 욕구는 분명히 있어요. 외국 작품 오디션을 준비하며 대본을 볼 때 정말 기발한 작품들이 많긴 해요. 그러나 사실 국내 작품이 이어져서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지는 못했어요. ‘오빠 생각’ 끝나고 한번 건너가서 회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 볼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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