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서울포레스트 미계약 청약분 3가구에 26만명 몰려

'현금부자' 대기 수요층 많아…대출규제 부동산 대책 실효성 '글쎄'

내년 1월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재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전경. 사진=대림산업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대림산업이 2017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분양한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가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가운데 최근 이 단지의 미계약 물량 3가구가 시장에 나왔다.

대림산업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크로’ 아파트가 갤러리아 포레와 서울숲 트리마제 등 대표적인 서울의 고급 아파트 밀집 지역인 성수동 서울숲 일대에 완공을 앞둔 가운데 입주를 8개월 남겨 놓고 해당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청약 결과는 3가구 모집에 26만명이 넘는 대기수요가 몰렸다. 특히, 이 단지의 정식 계약을 위해선 대출 없이 최소 10억원에서 최대 30억원 이상의 현금읕 동원해야 하는 만큼, 대출규제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22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미계약 3가구에 대한 추가 청약은 지난 20일 단 하루 동안만 진행됐다.

이날 오후 5시 청약 신청을 마감한 결과 3가구에 총 26만4625명이 지원했다. 평균 경쟁률만 8만8203대 1에 달한 셈이다.

면적별로 보면 97㎡(37평) 1가구에 최다 인원인 21만5085명이 몰렸다. 159㎡(61평) 1가구엔 3만4959명, 198㎡(75평) 1가구는 1만4581명이 신청했다.

이번 추가 청약 3가구 중에서 가장 작은 면적대인 37평 1가구 모집에서 최대 경쟁률인 21만5085대 1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최소 평형인 37평이라도 해도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대림산업은 이번 추가 청약 3가구의 분양가를 3년전 최초 분양가와 동일하게 그대로 책정했다. 2017년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37평의 분양가는 17억4100만원이었다.

여기에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대출 규제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이 나오지 않는 만큼, 이번 추가 청약에서 가장 작은 평수 청약에 당첨이 된다고 해도, 대출 없이 최소 10억원 이상의 현금을 동원해야 계약이 가능하다.

추가 청약분 나머지 2가구 중에서 61평 분양가는 30억4200만원, 75평은 37억5800만원이다. 역시 해당 가구에 당첨될 경우 최소 25억~30억원 이상 현금을 동원해야 정식 계약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대출이 전혀 나오지 않고, 현금 10억~30억원을 내야 계약이 가능한 고가 신축 아파트의 청약에 26만명이 몰리자 대출규제를 중심으로 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물론 청약자 26만명이 모두 현금 10억~30억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이번 추가 청약은 수십 억원의 현금 동원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단순히 재미로 ‘로또 청약’이나 ‘줍줍 청약’을 노리고 계약을 성사시키기엔 일정이 상당히 빡빡하게 짜여져 있다.

내년 1월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재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전경. 사진=대림산업 제공
대림산업은 오는 28일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각 평형 별로 10배수까지 예비 당첨자를 뽑는다. 그리고 당첨 결과가 나온 곧바로 다음 날인 29일 광화문 대림산업 본사에서 계약이 진행된다.

26만대 1의 경쟁을 뚫고 청약 당첨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28일 당첨자 선정 이후 단 하루 만에 10억~30억원의 현금을 들고 와야 계약이 가능하다.

현금이 없고, 다가구를 소유한 유주택자가 운 좋게 청약에 당첨된다고 하더라도 당첨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상황에서 단 하루 만에 기존에 소유한 부동산을 처분하고, 그 돈으로 정식으로 계약을 성사시키기엔 사실상 하루라는 시간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대림산업 입장에서도 당첨 발표 이후 하루 만에 계약을 진행해 철저하게 ‘허수’ 지원자를 가려내고, 수십억원의 현금을 당장 일으킬 수 있는 ‘현금부자’ 실수요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짠 셈이다.

결국 26만명 가운데 상당수는 당첨이 되면 곧바로 수십억원의 현금이 가용한 실수요자라는 얘기가 된다.

정부가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 대출 금지를 시행하고 있지만, 당장이라도 서울 요지에 신축에 들어가려는 ‘현금부자’들의 대기 수요가 수 만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특히 현재 서울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서울 도심지의 신축 34평이 16억~17억원에 시세가 책정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현금 부자 입장에서 서울숲에 지어지는 프리미엄 고가 아파트 34평 가격이 17억4000만원이라는 조건은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가 서울 강남 등 핵심 요지의 신규 재건축·재개발 허가와 신축 공급을 막고, 대출규제로 수요층의 돈줄을 쥔다고 해서 물 밑에 깔려 있는 ‘현금부자’들의 대기수요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대출 규제와 수요 억제가 아닌 공급 활성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 전체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가 들어서는 서울숲과 같은 입지가 서울 안에서도 흔치 않고, 더군다나 이런 핵심 입지의 신축 공급은 더욱 더 막혀있는 상황”이라며 “서울 핵심 입지의 신축 공급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이번 청약 결과에서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지난 6일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통해 총 7만호의 주택 공급을 예고했지만, 이 가운데 용산 정비창 부지 8000호 공급 계획을 제외하면 전체 공급량 가운데 대부분이 서울시 내가 아닌 수도권 지역에 몰려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 도심 내 신축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고민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최근 2~3년간 부동산 시장이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면서 정부가 대출 규제와 신축 공급 억제 등 수요 억제책을 폈다”며 “대출규제에 따라 어느 정도 투기 수요가 잡힌 만큼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공급 확대를 검토할 시점이 왔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이번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추가 청약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질적으로 우수한 주거 환경, 특히 서울 신축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이 이뤄진 후 공급 확대책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