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코로나 직격타 맞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설 ‘솔솔’

코로나로 관련 수요 늘어난 기업 품은 대림산업-GS건설 ‘신의 한 수’

지난 4월 29일 인천국제공항에 아시아나항공 A380 항공기가 멈춰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해 신사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 인수에 나선 가운데 최근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산업개발과 대림산업-GS건설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선 현대산업개발은 인수 작업이 지지부진한 반면, 대림산업과 GS건설은 기업 인수로 코로나19 반사이익을 봤다.

◇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인수 변함 없다지만…

14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15일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영업손실액이 3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2019년 한해 전체 36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단 3개월 만에 지난해의 영업손실액과 맞먹는 적자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초 유동성 위기를 처해 있던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에 더욱 불을 지른 것은 올해 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국가 간 이동에 제동이 걸리고 여행업계가 사실상 휴무상태에 들어가면서 그렇지 않아도 경영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진행 중인 현대산업개발도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이미 지난달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무기한 연기함으로써 인수작업 속도를 한 발 늦춘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의 채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현대산업개발도 아시아나항공의 빚을 떠안고 인수를 진행하기엔 너무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현대산업개발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리조트와 항만사업에 진출하며 외연을 확장한데 이어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하며 항공산업에 출사표를 던지는 등 육해공 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2019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 현장에 나선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로 호텔과 관광, 면세점, 항공산업을 아우르는 모빌리티그룹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만 봐도 아시아나항공이 가졌던 기대감이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올해 초 코로나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됐고, 결국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무기한 연기했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추가 자금 지원 여부가 인수의 주요 키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대산업개발이나 채권단 측 모두 지원 요청이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어 이 역시 안갯 속인 상황이다.

이처럼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현대산업개발이 인수 선 계약금 2500억원을 포기하더라도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산업개발은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선행조건인 해외 6개국에 대한 기업결합신고 결과 미국과 중국 등 5개국에선 승인이 났지만 러시아 한 곳이 아직 승인이 나지 않았다”며 “러시아 측의 승인이 떨어지면 다시 주식 취득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시중에서 제기되는 당사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설’은 전혀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의료용 소재 기업 품은 대림산업, 코로나로 관련 수요↑

이에 반해 대림산업과 GS건설은 최근 새 영역에 진출한 인수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데 이어 미래 전망도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림산업은 올해 3월 고부가가치 합성고무·라텍스 생산업체인 미국 ‘카리플렉스’사의 인수를 완료했다.

카리플렉스가 생산하는 제품은 주로 수술용 장갑과 주사용기 고무마개 등 의료용 소재로 사용된다. 특히 이 회사의 합성고무로 만든 수술용 장갑은 천연고무와 달리 알레르기 위험이 없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공교롭게도 대림산업이 카리플렉스 인수를 완료한 3월부터 우리나라와 중국 뿐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선진국에도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의료품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이에 대림산업의 카리플렉스 인수가 포스프 코로나 시대를 맞은 ‘신의 한 수’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3월 카리플렉스 인수를 완료한 대림산업은 2분기부터 카리플렉스 매출을 연결실적으로 잡기 시작할 것”이라며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수술용 장갑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인수 초기인 2019년 예상치 보다 더욱 높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채 연구원은 “대림산업은 사실상 카리플렉스 인수와 함께 잭팟을 터트리게 됐다”며 “향후에도 대림산업은 화학부문을 중심으로 자본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림산업이 올해 3월 인수한 합성고무·라텍스 생산업체인 미국 ‘카리플렉스’사의 브라질 현지 공장 전경. 사진=대림산업 제공
대림산업 관계자는 “카리플렉스사가 독점적으로 지니고 있는 음이온·신소재 등 화확 부문의 기술력이 당사의 건설 노하우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의료기기 수요가 높아지면서 현지 생산량을 완전히 소화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모듈사 인수한 GS건설 1분기 신사업 매출 900억원…전년비 45% 상승

GS건설도 영국의 철골 모듈러 업체인 ‘엘리먼츠’를 인수한 데 이어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3월엔 폴란드의 목조 모듈러 업체인 ‘단우드’ 인수까지 확정했다.

모듈러는 공장에서 건축물의 주요 부분을 미리 제작하고 단위 유닛을 공사 현장으로 운반해 단기간 내에 건물을 설치 및 마감하는 친환경적인 건축시스템을 말한다.

모듈러 공법은 현장 공사기간의 단축이 가능하고, 대량생산에 의한 공사비 절감 등으로 이윤이 크다는 특징을 지닌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친환경 작업 환경에 대한 수요가 더욱 상승하면서 GS건설의 모듈러 업체 인수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인수 후 시장에서의 결과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GS건설은 올해 1분기 실적부터 최초로 ‘신사업’ 항목을 추가해 매출을 구분해서 발표하고 있는데, 이 신사업 매출에는 최근 인수한 기업들에 대한 실적이 포함돼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에 따르면 GS건설은 신사업 부문에서 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신사업 부문이 올린 매출 620억원과 비교해 45.2%나 신장한 실적이다.

전체 매출에서 신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분기 2%에서 올해 1분기엔 4%로 두 배나 껑충 뛰었고, 신사업 부문 매출 총 이익룰도 2019년 1분기 25.7%에서 올해 1분기는 29.5%로 4.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GS건설이 새로 인수한 기업이 모듈러 업체임을 감안 할 때 신사업 부문 성장세 상당수가 모듈러 업체 인수에 따른 효과라는 분석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친환경적인 작업 환경이 더욱 각광받고 있는 상황에서 당사가 친환경 공법인 모듈러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 인수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면서 향후 시너지 효과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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