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수주액 94억달러…2016년 이후 최대치 달성하며 '순항'

3월 18억달러로 급감…"주요 프로젝트 발주 연기나 취소 가능성"

1~2월 해외수주액·3월 해외수주액 추이 비교. 자료=해외건설협회 통계시스템 참고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올해 1분기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111억9800만달러를 수주했다.

지난 1~2월 2016년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1분기 150억달러 돌파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3월 들어 코로나19 확산과 유가 급락 여파가 현실화되면서 질주하던 수주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1일 해외건설협회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1월 1일~3월 31일)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111억9800만달러로 집계됐다. 13년 만에 수주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48억7900만달러)보다는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5년래 최대 실적을 내던 올초 수주행보를 떠올리면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다.

올 1~2월 해외 수주액은 93억6800만달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6억4700만달러)과 비교해 2.5배 이상 늘어난 규모이며, 2016년 이후 1~2월 해외수주 최대치다. 지난 5년간 국내 건설사들의 1~2월 해외 수주액은 각각 2016년 50억1400만달러, 2017년 28억7600만달러, 2018년 69억8000만달러, 2019년 36억4700만달러다.

2006년 이래 가장 부진했던 지난해 1~2월 실적을 제외한 2016년부터 2018년까지의 1~2월 실적 평균치인 49억5700만달러보다도 1.8배 이상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국내 건설시장이 정부의 고강고 부동산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해외 건설시장에서 '숨통'이 틔고 있었던 것이다.

순항하던 올해 해외수주는 3월을 기점으로 제동이 걸렸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팬데믹)과 유가 급락이라는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와 저유가는 별개의 이슈인데, 우연치 않게 두 이슈가 동시에 발생하며 그 여파가 더 심각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월말 코로나19가 국내서 본격화된 데 이어 지난달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나라가 점차 많아졌다. 현재 한국인에 입국금지 또는 입국제한을 하고 있는 나라는 170여개국이다.

출입국 제한에 따른 공사 및 수주 차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와 해외 직원들이 e-메일과 화상통화로 공사 진행과 수주 활동 업무에 대한 소통과 결재를 진행하면서 코로나19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출입국 지연으로 공사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인 신규 수주영업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부터 급락하고 있는 국제유가도 수주 동력을 저하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 1월 배럴당 68.28달러(1월 6일 기준)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지난 2월말 54달러까지 하락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기준 25.72달러까지 내려앉으며 연초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코로나19와 유가 급락 '이중고'의 여파는 3월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올해 3월 해외 수주액은 18억3000만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인 12억3300만달러보다는 1.5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2016년~2018년 3월 실적 평균치인 53억3100만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2016년 3월에는 62억5800만달러, 2017년에는 63억9200만달러, 2018년 32억4400만달러, 2019년 12억3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 1월과 2월 각각 37억2200만달러, 56억4700만달러를 올렸던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19와 유가 급락 여파로 인한 하락세를 더욱 뚜렷해진다.

그나마 삼성물산의 후자이라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9억7700만달러), 현대엔지니어링의 발릭파판 정유플랜트 고도화사업(2억2900만달러)과 인도네시아 브카시 현대차 공장건설(2억1000만달러), 포스코건설의 풀라우 인다 1200MW 복합화력발전 사업(2억7400만달러) 등이 각각 3월 기간 실적에 포함되면서 최악을 면했다.

업계에서는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올해 1분기 실적은 작년에 입찰했던 것들이 상당수"라면서 "코로나19로 2, 3월 입찰이 지연되는 것을 시작으로 상반기 예정됐던 주요 프로젝트들 발주가 밀리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4~6월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책임연구원은 "이같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건설사들도 현지실사를 보류하는 등 관망으로 전환하면서 상반기 수주실적은 '폭망'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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