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육상 유전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국제 유가가 하루 만에 30%대의 급락세를 보였다. 원유 DLS(파생결합증권) 등 원유 가격에 수익률이 연동된 투자 상품들의 원금 손실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9일 국내 증시의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N(상장지수증권) 중 단기간에 20~40% 하락한 종목들이 속출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0.4%(3.23달러) 상승한 34.36달러였다. 전날 4월물 WTI 종가는 24.6%(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로, 1991년 걸프전 당시 이후로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8일 장중 한때는 27.99달러까지 내려앉았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한국시간 11일 5시55분 현재 배럴당 37.22달러로, 전일에 비해 8.32% 급등했지만 연초에 비해 40%가량 낮은 가격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오펙플러스)가 러시아 반대로 감산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급량이 계속 늘어난다면 유가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는 원금 손실 구간에 근접했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은 원유 DLS 총 129개에서 유가 하락으로 원금 손실 조건이 발생했다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에게 각각 공지했다. 이들 129개 DLS의 미상환 잔액은 총 1533억원에 이른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원유 DLS 중 미상환 잔액은 1조660억원이나 된다. 기초자산별로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6448억원, 브렌트유가 421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녹인(Knock In·원금 손실 구간)은 배럴당 36~37달러다. DLS 상품은 유가가 일정 가격 범위 안에 있으면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지만 약정된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진다.

작년 7~11월 사이 원유 DLS 발행이 몰렸는데 WTI 기준 당시 유가는 평균 55달러선이었다. 원금 손실이 시작되는 녹인 레벨은 55%이고 WTI 가격이 30달러 선으로 떨어질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브렌트유 DLS는 미상환 잔액 70% 이상이 녹인 레벨 50~55% 구간에 몰려 있다. 다만 녹인 구간에 진입했더라도 만기 시점에 다시 70~80%의 가격 수준을 회복하면 손실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산유국들이 공급을 늘릴 것이라는 것이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11일 "사우디가 계획하고 있는 하루 100만~200만 배럴 증산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의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 제프리 커리는 최슨 미국 방송에 출연해 "사우디와 러시아가 증산을 준비 중인 만큼 앞으로 몇 달간 배럴당 20달러 선을 향해 유가가 추가 급락하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 유가 전망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배럴당 42.50달러에서 29달러로 낮췄다. 유가가 20달러대로 추락했던 2016년에는 상반기에만 확정된 원유 DLS 손실이 약 3100억원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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