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하락따른 변액보증준비금 대규모 발생 '한몫'

비차손익 개선 불구 이차·사차손익서 실적 급감

올해 비용효율화 계속되지만 이차손익 개선 관건

서울 서초구 소재 삼성타운 내 삼성생명 사옥 표지석 전경. 사진=삼성생명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생명보험업계 ‘빅2’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지난해 실적이 나란히 급감했다. 금리하락으로 인해 이차(예정금리-실제운용수익률) 손익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들 보험사는 원가 절감 등 노력을 통해 비차손익(예정사업비-실제사업비)을 개선했으나 실적 악화를 막는데는 역부족이었다.

25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9770억원으로 전년(1조6640억원)보다 41.3% 감소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식 매각익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지난해 순이익 1조2100억원과 비교해도 19.2% 줄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도 순이익이 1146억원으로 68% 감소했다.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63빌딩 전경. 사진=한화생명 제공
◇변액보증준비금 ‘폭탄’

이들 생보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금리하락으로 변액보증준비금이 대규모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행제도상 보험사는 변액보험을 판매한 시점의 예정이율보다 현재 투자수익률이 하락할 경우 그 차액 만큼을 매년 보증준비금으로 쌓아야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매년 9월 말 확정되는 5년물 국고채금리에 그해 12월말 보유계약 건수를 반영, 변액보증준비금을 산정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금리가 큰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국고채 5년물 금리는 1.352%로 전년 동기보다 약 82bp 하락했다.

결국, 이같은 금리 하락에 삼성생명은 지난해 변액보증손실이 2300억원을 기록했다. 유호석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CFO)은 지난 18일 삼성생명 컨퍼런스콜에서 “금리 하락 등으로 변액보증손익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도 지난해 변액보증준비금 평가손실은 약 30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윤종국 한화생명 경영관리팀장은 20일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변액보증준비금 평가손실 확대로 이차손익이 감소했으며, 이차손익 감소가 지난해 당기순이익 감소에 주된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등 손해율(사고보험금/위험보험료)이 늘어나면서 사차손익(위험보험료-위험보험금)까지 줄었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사차이익은 5860억원으로 전년보다 18.9% 줄었다. 삼성생명의 4분기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124%로 100%를 크게 웃돌고 있다.

한화생명도 이기간 사차이익이 전년(5010억원)보다 15.5% 줄은 4230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손해율은 전년(77.9%)보다 3.6%포인트 상승한 81.5%를 나타냈다.

삼성생명 실적 현황. 자료=삼성생명 제공
◇비차손익만 개선…올해도 허리띠 졸라맬듯

다만,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비차손익(예정 사업비-실제 사업비)에서 실적이 개선됐다. 원가 절감 등을 통한 노력이 성과를 봤다는 얘기다.

삼성생명은 임차료, 전산비 등 원가 절감을 실시한 결과 지난해 비차손익이 8080억원으로 전년보다 25.8% 개선됐다.

한화생명도 지난해 비차이익이 3300억원으로 전년(2800억원)보다 500억원 늘었다.

이들 보험사들은 저금리 기조에 들어서자 비용 효율화를 통해 비차이익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이차손익과 달리 비차이익은 보험사의 노력여부에 따라서 충분히 개선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올해도 이러한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2년간 삼성생명은 1800억원 수준의 원가 절감을 실현했다”면서 “올해도 600억원에서 800억원 수준을 절감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생명측도 “비차익 증가세를 지속 유지할 계획”이라면서 “사고방지, 누수 방지 노력을 통해 사차익도 개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 실적 현황. 자료=한화생명 제공
◇“올해 이차손익 개선에 달렸다”

하지만 생보사들이 비차이익을 더 개선한다하더라도 실적 개선에 한계가 있다. 이차이익과 사차이익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에도 위험손해율에 대한 부담은 업계 공통요인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생명이 자체적인 노력으로 비차를 추가로 확보한다 해도 보험이익 방어 정도의 흐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결국 올해 생보사들의 실적 관건은 ‘이차손익’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올해 주요 전략 방향으로 공격적 투자를 내세우기도 했다. 투자이익률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유호석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CFO)은 컨퍼런스콜에서 “신성장동력 발굴에 몰두할 예정”이라면서 “보험영업과 자산운용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해서 지분투자를 포함해 새로운 투자계획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가능한 올해, 더 나아가서는 내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고정금리형 보험 부채의 비중이 계속 줄고 있고, 저축성보험 연납화보험료(APE)도 계속 감소하고 있어 금리 상황만 나아진다면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화생명에 대해 “한화생명의 올해 증익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금리라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한화생명의 금리 민감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면서 “최근 금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로 인해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으나 공포 국면이 지나간 뒤 금리 반등과 함께 한화생명에 대한 기대감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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