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한노총 위원장 당선 후 연이틀 기업은행 찾아 행장 출근 저지 집회 참여

노조 “정부의 선행 사과와 낙하산 인사 선임 재발 방지 약속 있어야 행장과 대화”

은행 정기 임원 인사· 전국영업점장 회의 등 올 주요 사업 일정 기약없이 늦어져

21일 오후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사진 맨 왼쪽)이 한노총 새 위원장에 당선되자마자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을 찾아 1층 로비에서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에게 행장 출근 저지 집회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노동조합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본점 출근이 노조의 출근 저지로 20일째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노총 새 위원장에 ‘강성’ 성향 후보가 당선되면서 더욱 더 해결의 실타래가 꼬이고 있다.

◇ 한노총 새 위원장에 김동명 화학노련 위원장 당선…선출 직후 기업은행 찾아

2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한노총 제27대 위원장·사무총장 선거에서 김동명(52) 화학노련 위원장이 선출됐다.

김 위원장은 한노총 내부서 상대적으로 '강성'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첫 취임 일성으로 강경 투쟁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개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투쟁 현장으로 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겠다는 듯이 김 위원장은 곧바로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로비에 설치된 천막 농성장에 도착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이번 기회에 권력의 금융장악 시도를 차단해야 한다”며 “기업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반드시 막아내고 당·정·청 차원의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노총 새 위원장이 기업은행 노조와 강한 ‘연대 투쟁’ 의사를 밝히면서 기업은행 사태 해결의 길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윤 행장은 이달 2일 취임 이후 지난 3일과 7일, 그리고 16일 총 세 차례 본점 집무실로 출근을 시도했지만 본점 입구를 가로막은 노조원들의 저지에 막혀 발걸음을 돌렸다.

현재 윤 행장은 본점 집무실이 아닌 임시 집무실이 꾸려진 인근의 종로구 금융연수원에서 행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윤 행장의 출근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정기 임원 인사 등 산적한 과제가 밀려 있는 상태다.

우선 이달로 예정된 정기 임원 인사와 전국영업점장 회의 등 주요 사업 일정들이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임시 집무실에서 행장 업무가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인사와 같은 민감한 이슈를 현재와 같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단행할 경우 노조 측에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경영 전략 회의나 영업점장 회의 등도 인사가 마무리돼야 가능한 만큼, 현재 산적한 가장 시급한 현안은 인사”라며 “입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면서 인사를 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노조와 대화가 막혀있는 상태에서 인사가 나오는 것은 부적절 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노조 “정부의 사과와 낙하산 인사 재발 방지 약속 선행돼야”…물밑 대화는 ‘지속’

기업은행 노조와 한노총은 이날도 출근 저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22일 윤 행장은 본점으로 출근하지 않았지만 전날 오후 새 위원장에 선출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노조원 200여명은 이날도 오전부터 을지로 본점 로비에서 출근 저지 집회를 가졌다.

22일 오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사진 앞줄 왼쪽 네 번째)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및 노조원 200여명이 윤종원 행장의 출근 저지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노동조합 제공
김동명 한노총 위원장은 “당선되자마자 처음으로 들린 곳이 기업은행 투쟁현장이었다”며 “앞으로도 기업은행 노조, 금융노조와 긴밀히 소통하고, 여러 현안이 해결되는 순간까지 한국노총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날 집회에는 전날 한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낙선한 허권 금융노조위원장도 같이 해 ‘연대 투쟁’ 의지를 공고히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한노총 새 위원장에) 강성 성향 후보가 선출돼 사태가 더 악화될 까 우려된다”며 “(설) 연휴 전엔 실마리가 나오긴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이번 한노총 후보 중 금융노조 출신 후보가 낙선한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노조 쪽에서도 현재와 같은 대치 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한노총 선거로 인해 출근 저지 투쟁 동력이 약화되거나 윤 행장과의 대화가 풀릴 일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태용 기업은행 노조 정책국장은 “행장과의 대화를 위해선 먼저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추후 낙하산 인사 선임 재발 방지 및 관련 제도 개선 약속과 같은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용 국장은 “대통령의 임명권은 존중하지만, (윤 행장의 선임) 이번 일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 행장의 출근이 20일째 무산되고 있는 가운데, 물밑에선 노사 간 사전 대화가 계속돼고 있다. 특히 이날도 새벽까지 노사 실무진 급간에서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무 담당 부서에서 지속적으로 노조 측과 접촉 중”이라며 “일단 실무진 쪽에선 계속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아직 이렇다 할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새로운 행장 선임이 노조의 강력한 반대해 부딪히며 올해 영업전략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타 시중은행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임원과 본부 부서장들이 함께 경영전략 등을 공유하고 결의를 다지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미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2020년 경영전략 회의'를, 신한은행은 본부 부서장 워크숍에 이어 오는 2월 초 경영전략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출발 2020’ 행사를 통해 전국 영업점장들이 올해 경영전략을 공유했고, 농협은행도 '2020년 경영목표 달성 결의대회’를 가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이 연초 영업전략회의를 갖고 올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있지만 기업은행은 경영목표 달성을 위한 큰 그림의 인사와 전국영업점장 회의마저 아직 기약이 없다"며 "빠른 시일내에 기업은행 노조와 대화를 통해 하루빨리 은행 정상화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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