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롯데카드, 자산규모·시장점유율서 ‘빅2’ 신한카드·삼성카드와 경쟁

인수전 앞둔 하나·롯데 모두 극도로 말 아껴…인수 시 시너지 효과 클 듯

서울 중구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본사 전경. 사진=롯데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롯데카드가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가운데 본 입찰 마감 결과 인수 참여가 유력시 됐던 하나금융과 한화그룹 중 한화그룹이 입찰에 빠지면서 하나금융이 롯데카드의 새로운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하나금융이 롯데카드 인수에 성공한다면 하나카드는 단숨에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와 2위 삼성카드에 이은 ‘빅3’ 카드사로 도약하게 된다.

2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롯데카드 인수 본입찰에 최종적으로 하나금융과 사모펀드 2곳이 도전장을 냈다. 예비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던 한화그룹은 막상 최종 인수전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인수가 최종 확정되려면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과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국내 대형금융그룹인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무게추가 급격히 쏠리는 형국이다.

사실 하나금융의 롯데카드 인수 가능성은 예비입찰에 들어가면서부터 높아졌던 상황이다.

하나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예비입찰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롯데카드 인수전을 위한 실사에 임하지 않으면서 이미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하나금융 말고는 사실상 롯데카드 인수자가 없지 않냐는 관측이 나왔던 것이다.

하나금융도 롯데카드 인수를 위해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열 하나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9일 "그룹 비은행 부문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 자금은 현재 증자 없이 1조원 정도 준비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의 매각가를 대략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이 추가 자금을 확보하면 롯데그룹이 희망하는 매각가에 비빌 수 있다.

무엇보다 만약 롯데카드가 하나금융에 인수되면 8개 전업카드사 중 업계 순위가 하위권에 처져 있는 하나카드와 롯데카드 모두 단숨에 ‘빅3’ 카드사로 도약하게 된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카드사 자산규모 순위는 신한카드(29조3500억원), 삼성카드(23조47억원) 국민카드(20조5074억원), 현대카드(15조9439억), 롯데카드(12조6527억원) 우리카드(9조9831억), 하나카드(7조9847억원), 비씨카드(3조6526억원) 순이다.

만약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하게 되면 카드사 자산규모 순위는 신한카드(29조3500억원)와 삼성카드(23조47억원)에 이어 하나카드+롯데카드(20조6374억원)가 들어가게 되고, 그 뒤로 국민카드(20조5074억원)와 현대카드(15조9439억), 우리카드(9조9831억), 비씨카드(3조6526억원) 순으로 재편된다.

시장점유율에 있어서도 2~3위권으로 점프하게 된다. 지난해 롯데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1.2%로, 전업카드사 8개사 중 비씨카드를 제외한 7곳 가운데 5위, 하나카드는 8.2%로 꼴지에 위치해 있다.

시장점유율 기준 ‘빅3’ 카드사는 신한카드(21.5%)와 삼성카드(19.3%), 현대카드(15.5%)다. 여기서 하나카드와 롯데카드의 시장점유율을 단순 합산할 경우 하나+롯데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9.4%로, 업계 1위 신한카드(21.5%)의 뒤를 바짝 따르는 2위가 된다.

하나카드와 롯데카드의 중복 고객을 제외한다고 쳐도 최소한 현재 시장점유율 순위 2위에 올라있는 삼성카드(19.3%)와 3위 현대카드(15.5%) 사이에는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시장점유율 15%대를 다진 회사는 업계 내에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간주한다. 카드업계에서 ‘마이너’ 위치에 있는 하나카드와 롯데카드 모두 ‘메이저’로 승격하는 셈이다.

한편, 당사자들은 모두 이번 인수전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롯데카드를 팔아야 하는 롯데그룹 입장에선 최대한 롯데카드를 비싸게 넘겨야 하는 입장이고, 롯데카드 인수를 바라는 하나금융도 가장 적은 금액을 지출해 인수에 성공해야 하는 만큼, 눈치 보기가 치열한 상황이다.

특히 양사 관계자들은 모두 한결 같이 롯데카드 인수·매각가나 직원들의 고용승계 여부, 향후 인수 성공 시 사명 결정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무엇보다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하나카드와 롯데카드 두 카드사가 고객군이 다른 만큼 시너지 효과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카드는 은행계 카드로 분류돼 고객의 대다수가 금융거래를 하는 직장인들이고,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 등 유통 고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롯데카드는 전체 고객 중 65%가 여성이고, 여성 회원 중 79%가 30∼50대로, 고객군이 차별화 돼 있다.

이에 따라 롯데카드 회원 가운데 백화점 VIP 고객을 상대로 하나은행이나 하나금융투자 등 하나금융 계열사들이 자산관리(WM)와 같은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