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감원에 경영평가 2년 연속 C등급 부여…갈등설 ‘모락모락’

“19일 예산 편성과 인사·조직 개편 일단락 후 신년 기자간담회 예정”

지난 10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 앞줄 가운데)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이 국회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오는 13일로 예정된 송년 기자간담회를 이틀 앞두고 갑자기 연기하면서 그 배경에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11일 금감원은 출입기자단에 송년 기자단 오찬 기자간담회를 신년회로 연기한다고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금감원 측은 기자간담회 연기 사유에 대해선 '원내사정'이라고 명시했다.

보통 금감원의 송년 기자간담회는 한 해의 금융감독 현안을 정리하고 내년을 조망하는 정례적인 자리로, 이 행사가 명확한 사유 없이 연기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오는 19일로 예정된 금융위의 금감원 예산 회의에서 내년도 금감원 예산 문제가 정리되고, 이후 인사와 조직개편까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연초에 신년 기자 간담회 형식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예산 문제가 기자간담회 연기의 사유가 된 것은 금감원 예산 심사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산하기관 평가에서 금감원에 C등급을 부여한 것이 발단이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실시된 금감원 2017년 경영평가에서 2016년 평가에 이어 2년 연속 C등급을 매겼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S부터 A~E까지 6등급으로 나뉘는데 C등급을 받으면 임직원 성과급이 삭감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금융위의 경영 평가에서 어떤 연유로 금감원이 C등급이 나왔는지, 임직원 성과급이 어느 정도 삭감될지 여부에 대해서 아직 아무것도 나온 것이 없다”며 “이 상황에서 송년 기자간담회를 열어봤자 윤석헌 원장께서도 C등급이 부여된 이유와 이로 인한 여파 등 기자들의 예상 질문에 마땅히 내놓을 만한 답변이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금융위와 금감원 간 갈등은 내년도 예산을 놓고 불타오르고 있다.

금융위가 금감원 예산 심사권을 통해 1~3급 직원 비중을 기존의 43.3%에서 30% 이하로 줄이라고 요구한데 대해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 해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자간담회 연기 사유가) 금융위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지만, 경영평가 C등급을 부여하고 예산 심사권을 가진 금융위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은 인정한다”며 “다만, 예산 편성과 경영평가 결과에 대한 사안이 정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간담회를 진행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한편,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금감원 경영평가 결과 및 예산 심사권 문제로 윤석헌 금감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의 대립구도가 불거진 상황에서 불필요한 설화를 피하기 위해 기자들과의 공식적인 만남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교수 출신이라는 윤석헌 원장의 커리어 배경이나 윤 원장의 강한 성격 등으로 볼 때 금감원이 금융위의 하부 조직처럼 비춰지는 점이나, 최종구 금융위원장과의 자신과의 관계 또한 상하 관계로 보이는 부분에 대해 윤 원장이 개인적으로 매우 불편하게 여길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 입장에선 금융위와의 이슈가 산적한 현재 시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져봤자 외부에서 보기에 불필요한 ‘갈등설’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예산 문제와 경영평가에 따른 인사 및 조직 개편 완료 등 어느 정도 사태가 봉합된 후 기자간담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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