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분쟁, 내수 침체 등 미래 불확실성 커지면서 가파르게 증가

은행 창구 풍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올해 들어 5월까지 은행 정기예금 증가폭이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액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은행 조사 결과 예금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656조51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617조4699억원) 대비 39조433억원 증가한 것이다. 1∼5월 누적 기준으론 2010년(69조174억원) 이후 가장 가파르게 증가 중이다.

올해 들어선 5월까지 증가액만 가지고도 지난해(30조4933억원)와 2016년(17조4224억원) 연간 증가액도 뛰어넘었다.

이처럼 은행 정기예금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글로벌 무역분쟁, 내수 침체 등 경기에 대한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시중의 뭉칫돈이 몰린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정기예금 가중평균 금리는 1.81%(지난 5월 기준)로 1%대의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은행엔 더욱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주식시장이 요동치면 가계는 수익률은 낮지만 원금 손실이 없는 안정적인 은행 정기예금으로 자산을 돌린다.

기업들도 불확실성이 커지며 은행 정기예금을 늘리고 있다.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한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미리 자금을 조달했다가 미래가 불투명해 선뜻 투자하지 못하게 되면 은행 정기예금에 돈을 넣어두는 것이다.

실제로 한은 조사 결과 회사채는 2016년 6조7000억원 순상환(발행<상환), 2017년 3조5000억원 순 상환했지만 올해는 상반기 동안 4조6000억원 순발행(상환<발행)으로 전환했다.

기업들이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했다가 투자를 포기하고 그 유동자금이 정기예금으로 몰린 샘이다.

여기에 지난해 7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산정기준이 강화된 것도 예금액 증가의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LCR는 향후 30일간 순 유출할 수 있는 현금 대비 고(高) 유동성 자산의 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금융기관에 유동성 위기 발생 후 30일간 이를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은행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이 비율을 강화해오고 있다. 은행들도 LCR 강화에 대비하기 위해 예금 등을 조달해 채권 등 금방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확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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