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민원 지난해 673건…금감원 "약관 개선 검토중"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은 지난달 3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암 입원일당 보험금 부지급과 관련해 금감원의 책임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보암모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보험사와 암보험 가입자와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암에 대비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암보험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분쟁은 그대로다. 이에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1999년 이후에 발생한 암환자 중 2016년 1월 1일 생존한 것으로 확인된 암유병자(치료 중 또는 완치 후 생존자) 수는 약 161만 명이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 31명 중 1명이 암유병자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치료비 보장을 위해 암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 암보험 약관 지급기준표상 ‘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의 범위가 불명확해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분쟁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분노하는 암환자들…결국 거리로 “암입원 보험금을 두고 미지급 폭력을 행사하는 대기업 보험회사를 고발합니다”

이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해당글에서 청원인은 “한국 대기업 보험회사는 암보험 상품의 약관에 기재된 ‘직접 치료’라는 단어로 그들이 보장한 암보험금을 현재 많은 분들에게 미지급 하고 있다”며 “보험회사의 주장으로는 항암치료 이후에 암의 재발을 막기 위한 일련의 후속적 조치가 필수불가결한 암투병 환우들에게 요양병원 안에서 전문 의료진들로부터 치료 받는 모든 의료행위들이 직접치료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암보험 약관의 모호한 문제와 관련된 내용이 계속해서 국민청원에 올라오고 있다. 암환자들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최근 시위까지 진행하며 보험사들의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이하 보암모)은 지난달 3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암 입원일당 보험금 부지급과 관련해 금감원의 책임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이같은 항의집회는 이미 6번째다. 이날 시위에는 총 318명이 참여했다.

보암모는 시위에서 △암입원일당보험금 즉각, 100% 지급해야한다 △보험사는 직접 치료라는 애매한 약관 문구를 명확히 조정해야 한다 △요양병원은 암치료 처방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한다 등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책마련이 이뤄지지 않으면 7차집회도 가질 계획이다.

◇암보험약관 부지급 분쟁 증가 추세…삼성생명 최다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은 4차 집회 시위에 참가한 277명을 대상으로 암보험 부지급에 대해 조사한 결과 삼성생명을 암보험 부지급 건수가 가장 많은 보험사로 지목했다. 사진=보암모 제공

암보험금 부지급 분쟁은 증가추세에 있다. 입법조사처에서 한국소비자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암보험민원건수는 2016년 588건에서 지난해 673건으로 증가했다.

또한, 소비자원이 2015년 발표한 암보험 관련 피해구제 접수 현황을 보면 암보험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12년 52건에서 2015년 9월 기준 59건으로 늘어났다.

암보험지급분쟁이 많이 일어나는 보험사로는 삼성생명이 거론된다. 보암모는 4차 집회 시위에 참가한 277명을 대상으로 암보험 부지급에 대해 조사한 결과 삼성생명을 암보험 부지급 건수가 가장 많은 보험사로 지목했다.

조사된 내용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51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화생명 38명, 삼성(삼성생명 또는 삼성화재) 35명, 교보생명 21명, 현대해상 15명 순으로 조사됐다. 5차집회 338명 참가자 대상 조사에서도 삼성생명이 64명으로 가장 많았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암보험 관련 분쟁이 계속해서 발생해왔다”며 “보험사들도 약관이 모호해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개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작성자 불의의 원칙에 따라 약관이 모호할 때는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고 있지 않다”며 “결국 피보험자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암보험 약관 “명확하게 규정해 분쟁 소지 줄여야”

전문가들은 보험사가 ‘직접적인 치료 목적’을 자의적으로 좁게 해석해 일부의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소비자는 암 때문에 입원·수술하는 모든 경우에 해당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기 때문에 분쟁이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암보험 약관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국회입법조사처 김창호 입법조사관은 지난 3월 ‘암보험 약관의 문제점 및 개선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암보험 약관에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입원·요양한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규정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해 암보험금 분쟁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조사관은 “대법원판례를 중심으로 축적된 암보험관련 판례를 일정기간이나 정례적으로 암보험상품 약관에 구체적으로 예시를 넣어 규정을 새롭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덧붙여 김 조사관은 “약관에 구체적인 예시를 사용해 소비자로 하여금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고 보험약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에 앞서 소비자원도 “해당 암보험 약관(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은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고, 보험금 분쟁을 계속적으로 유발하므로 시급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암보험약관 개선을 검토중에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은 뭐했나?…금감원 “약관 개선 검토중”

소비자원은 2015년말 암보험 약관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금감원에 △암보험 약관을 개정해 암수술비, 암입원비 지급 조건인 ‘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의 범위를 종양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항암약물치료 등 종양의 증식 억제 또는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뿐만 아니라 말기암 환자 치료, 합병증 치료목적이라도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유지가 불가능한 경우 등을 포함할 것과 △암보험 표준약관을 신설할 것 등을 건의했다.

하지만 해가 3년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암보험약관은 개선되고 있지 않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 적어도 새로운 상품을 만들 때에는 약관을 분명하게 바꿨어야했는데 금융당국이 개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들어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암보험약관 개선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 암보험약관을 개선하기 위해 검토중에 있다”며 “어떻게 약관을 구체적으로 바꿀 것인지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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