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롯데케미칼 대산 BTX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5톤 가량 누출된 지 100일을 맞은 가운데,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노동단체들은 롯데케미칼의 설비 투자가 미흡한 상황이어서 또 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석유화학업체들이 안전사고에 대해 '쉬쉬’하는 경향이 있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해당 지역 환경단체들도 롯데케미칼 측이 화학물질 관리 현황이나 누출 사고 등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주민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

◇롯데케미칼 벤젠 누출 100일 됐지만…주민 불안 ‘여전’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15일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대산 BTX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5톤 가량 누출됐다. 벤젠은 본드 용해제나 화학적 오염물 제거제 등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발암물질로,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골수 줄기세포 등이 파괴될 위험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공장에서 다량의 벤젠이 누출된 지 100일이 됐지만, 지역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특히 이달 5일엔 벤젠이 누출된 롯데케미칼 공장에서 화재 사고까지 발생, 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대산읍발전협의회 측은 “롯데케미칼의 벤젠 누출 사고이후 외부 안전 전문가들로부터 전문적인 진단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효돈 대산읍발전협의회장은 “벤젠 누출 사고 이후 주민 설명회 등이 열렸지만, 전문가들의 대응이나 설명은 없었다”며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의 경우 노후 설비들이 많아 외부 안전 전문가들의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고, 안전사고에 대한 전문가들의 설명 등 후속 조치도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롯데케미칼, 설비 투자 미흡…일각선 사고 나도 ‘쉬쉬’ 관행 지적도

지역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들도 롯데케미칼이 벤젠 누출 사고 등 노후 설비와 연관된 안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신현웅 민주노총 서산태안위원장은 “롯데케미칼의 대책은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며 “대산공장에 노후 설비가 많기 때문에, 지금 수준의 설비 투자로는 향후 안전사고가 재차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석유화학업체들이 사고가 발생해도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산 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한 근로자는 “석유화학업체들이 회사 이미지 등을 고려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을 외부로 공개하기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석유화학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사고를 해결하려다 사고를 더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석유화학업체, 안전사고 관련 정보 투명하게 공개해야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석유화학업체들이 안전사고와 연관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화학물질 관리 현황이나 안전사고에 대한 정보 등을 공개해야 주민들의 불안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권경숙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롯데케미칼 벤젠 누출 사고를 포함해 대산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관련해 회사 측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사고 관련 정보가 주민에게 전달되지 않고, 주민 대피 등에 대한 매뉴얼도 미흡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권 사무국장은 “대산 산업단지 내 석유화학공장들의 노후 설비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고, 보완 조치도 부족했다”며 “서산시나 서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등 안전사고 관련 감독기관도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측은 롯데케미칼의 벤젠 누출 사고를 포함해 대산 지역 석유화학공장에서 안전사고가 반복되는 것과 관련, 서산시의회 이연희(더불어민주당) 의원 측과 함께 올해 2월 ‘서산시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해당 조례안은 2월에 서산시 의회를 통과,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측은 화학물질 감시 네트워크를 발족, 25일을 ‘1차 전국 동시 공동 행동의 날’로 정하고 서산시를 포함한 전국 각지의 도청이나 시청 앞에서 1인 시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대산 산업단지 내에 우리뿐 아니라 다수의 석유화학공장들이 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며 “서산시청 등 정부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도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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