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최근 연이은 화재사고 등으로 한국 사회에 ‘안전’이 화두가 된 가운데 지난달 30일 인천 서구에 위치한 SK인천석유화학 탈황 설비에서 공정 문제가 발생, 일부 시설이 가동을 멈춘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대해 SK인천석유화학 측은 “공정에 문제가 발생해 점검을 위해 일부 시설 가동을 멈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선 탈황 설비 공정문제는 흔히 발생하는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SK인천석유화학측은 사고가 발생해도 쉬쉬한다”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SK인천석유화학 측으로부터 속 시원한 답변을 들은 적이 한번도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13일 SK인천석유화학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SK반대 범주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SK인천석유화학 탈황 설비 공정에 문제가 발생해 일부 시설의 가동이 중단됐다. 인근 주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SK인천석유화학 인근에서 가스 냄새가 심하게 났다고 하소연했다.

김윤희 SK반대 범주민대책위원장은 이날 “그때 가스 냄새가 너무 심해 5분 정도 지나면 구토가 나올 정도여서 주민들이 난리가 났다”며 “가스 냄새와 관련해 24민원 콜센터에 악취 민원을 넣었을 정도”라고 당시의 긴급했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그날 오후 6시30분께 주민들이 ‘플래어 스택’(가스 독성 등을 불에 태워 대기로 내보내는 장치)에 불꽃이 커지고 소음이 났다고 연락이 와, 회사측에 확인해보니 기존 정유라인의 탈황 설비에 문제가 발생해 가동이 중단됐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SK인천석유화학 측은 “인천 서구 지역에는 다수의 업체가 들어와 있기 때문에, 그 당시 악취가 우리 회사에서 시작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SK인천석유화학의 경우 벤젠, 톨루엔 등의 방향족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공정에 문제가 발생해 가스를 플래어 스택에 연소시키는 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당시 설비 가동 중단에 대해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니고, 공정의 문제가 있어 점검을 위해 일부 설비의 가동을 중단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정 문제로 탈황 설비 가동이 중단되는 일은 흔히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면서 “탈황 설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황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거나, 파이프라인에서 원료가 새는 등의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탈황 설비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며 “탈황 설비에 문제가 생겨 가동이 중단됐으므로 SK인천석유화학의 생산에도 일부 차질이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SK인천석유화학 측은 “일부 설비 가동이 일시 중단됐기 때문에, 이에 따른 생산 차질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설비 가동 중단 시간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다.

본지 취재 결과, SK인천석유화학 인근 주민들은 당시 탈황 설비 가동 중단 사실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에 사는 심연희씨는 “당시 SK인천석유화학 설비 가동이 멈춘 것을 알지 못했다”며 “그곳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에 대해 들은 정보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근 주민인 장윤희씨 역시 “SK인천석유화학 사고와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근방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한 시민도 SK인천석유화학 문제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인근 주민들은 “SK인천석유화학에서 가장 인접한 아파트 단지와의 거리가 불과 80m인데다, SK인천석유화학 주변에 포스코에너지나 한국중부발전의 발전소도 있는 상황이어서 경미한 관리 소홀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등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7일 인천 서구에 위치한 인천의 대형 석유화학 공장에서 연기가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이창훈 기자

SK반대 범주민대책위원회 측은 “SK인천석유화학이 사고가 발생해도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사고 원인도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2014년 7월11일 SK인천석유화학에서 나프타가 누출됐을 당시 현장에 있었는데, 그 때 인천 서구청 직원과 함께 있는 SK인천석유화학 직원이 ‘우리 쪽에서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라 발전소에서 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SK인천석유화학측은 사고가 나면,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부터 우선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SK인천석유화학 폐수 처리 시설에 낙뢰가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SK인천석유화학이 2016년 9월 낙뢰가 떨어졌던 동일한 폐수 처리 시설 정비에 소홀해 또다시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는 얘기가 쏟아졌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당시 폐수 처리 시설에 낙뢰가 떨어진 이후, 분기마다 민·관 합동으로 폐수 처리 시설 현장 점검을 진행했는데, SK인천석유화학 측이 1년 동안 투명 비닐과 청색 테이프로 폐수 처리 시설을 덮어놓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놀랐다”며 “지난해 구의원들과 함께 민·관 합동 점검에 들어가, 폐수 처리 시설의 집진 설비 설치와 전면 보수를 요구했고, SK인천석유화학이 지난해 10월 뒤늦게 폐수 처리 뚜껑을 열고 공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SK인천석유화학이 폐수 처리 시설 정비에 늑장대응으로 일관하다 지난해 10월 공사를 위해 폐수 처리 뚜껑을 열었고, 11월에 뚜껑이 열린 상태에서 낙뢰를 맞아 더 큰 피해를 자초했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견해다.

SK인천석유화학 인근 주민들은 회사가 주민들의 의견이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이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사고가 발생해도 제 때에 알려주지 않아 자칫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팽배한 상황이다.

SK반대 범주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SK인천석유화학은 최근 4년 동안 주민과 함께 대피 훈련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인근 주민들은 사고 발생 시 주민 대피를 위해 방송 시설 설치 등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이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주민들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지역 기업의 안전 대책 미흡과 관련해 행정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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