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국적 대형항공사(FSC) 가운데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위기론이 항공업계 안팎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유동성 문제, 신용등급 하락 등 재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실사 작업까지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 벤처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규모가 점차 축소되면서, 다수의 중국 운수권을 바탕으로 중국 노선 전문 항공사로 전락할 것”이라는 얘기마저 새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A350.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 아시아나항공 위기론 대두…왜?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유동성 문제, 신용등급 하락 등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 설립이 완료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중·장거리 노선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위기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연결기준 3분기 부채는 7조454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749%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690%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부담이 개선되지 않자, 시장에서의 평가도 하락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1일 과중한 재무 부담과 유동성 위험 등을 거론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한 단계 내렸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부담과 수익성 악화 등과 관련해 실사 작업을 진행하고, 오는 12월 말에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 등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558억원 규모의 대우건설 보유 지분을 매각한데 이어, 1700억원 규모의 CJ대한통운 주식을 처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 설립이 속도를 내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중·장거리 노선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매우 거센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미국 교통부로부터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 설립에 대해 승인을 받았고, 현재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조인트 벤처라는 단어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는 ‘유사합병’(merge like)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큼, 합병과 비슷한 수준의 구속력을 갖는 시스템이 조인트 벤처”라며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 벤처가 설립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중·장거리 노선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 벤처 설립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승인 검토를 의뢰했고, 아직 답변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아시아나항공 돌파구 확보 ‘요원’…박삼구 회장 힘 실어줄까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론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돌파구가 없다는 것이 항공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 사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규모가 줄어들어, 향후 중국 전문 항공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 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4~5년 간 항공업 호황 시절에 다른 항공사와 비교해 부족한 실적을 기록해왔고, 현재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세계 항공 시장을 보면, 한국처럼 국적 대형항공사가 두 군데 있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LCC 공세에 시달리다가 규모가 줄어들어, 향후 중국 운수권을 활용한 중국 전문 항공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다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에만 주력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은 긍정적인 대목으로 평가된다. 박 회장의 발언으로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재건의 ‘자금줄’이라는 우려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바 있다. 박 회장은 “금융권에서 항공을 활용해 타이어를 인수할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에 항공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던 부분이 있다”며 “이제 (아시아나항공은) 항공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올해 3분기까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적잖은 타격을 입었지만, 최근 한·중 관계 해빙 분위기로 중국 노선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동안 축적된 중국 노선 대기 수요도 있는 만큼, 4분기에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공동운항을 확대해왔고, 내년에 차세대 기종인 A350을 투입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이탈리아 베니스에 신규 취항하는 등 먹거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 “글로벌 항공사와 파격 결합 필요”

전문가들은 아시아나항공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 벤처의 사례처럼 글로벌 항공사와 파격적인 수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수차례 위기를 겪어오면서, 매 순간 위기를 극복해온 저력 있는 항공사지만,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처한 현실이 엄중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현 상황을 탈피하고 비상하기 위해서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 벤처나 에어프랑스와 KLM네덜란드항공의 합병처럼 국적을 뛰어 넘는 혁신적인 협력 관계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은 구조조정 차원을 뛰어넘어,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경영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유나이티드항공과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는 것이 유력한데, 유나이티드항공에서 아시아나항공을 받아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며 “대한항공과 비교해 아시아나항공의 태평양 노선 점유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 여러 파트너 후보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조인트 벤처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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