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관광객 10명 가운데 8명이 찾는다는 서울 명동이 쇼핑뿐 아니라 문화관광명소로 거듭난다.

서울 중구는 올해 하반기부터 '명동 근현대문화 콘텐츠 확산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단지 쇼핑 명소만이 아닌 우리나라의 예술문화를 꽃피운 중심지로서 명동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콘텐츠 개발이 핵심이다.

이를 앞세워 외국인관광객들에게 명동의 숨은 매력을 알리고, 뜸했던 내국인들의 발길도 다시 돌려놓겠다는 심산이다.

명동은 조선 시대 주류에서 소외된 양반이 많이 살았다는 '명례방'에서 출발한다. 조선 말 열강 침탈기에는 일본인들이 터를 잡았다.

이후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까지 금융·상업시설, 문화시설 등이 밀집하면서 소비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다 보니 명동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과 젊은이들로 들끓었다.

중구는 이런 명동의 과거 스토리에 착안해 1920∼1970년대 예술·패션·문학 등의 본거지였던 '핫 플레이스' 40개 지점을 발굴했다. 다방 20곳, 극장 7곳, 주점 4곳, 통기타 살롱 3곳, 패션·미용 관련 4곳, 서점 1곳, 공원 1곳이다.

이 가운데 첫 단계로 7개 지점은 연내 증강현실(AR) 콘텐츠로 제작해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7개 지점은 ▲ 명동 최초 양장점으로 앙드레 김 등을 길러낸 1세대 패션 디자이너 최경자가 운영한 '국제양장사' ▲ 청년 실업가 김동근이 예술인들을 후원하기 위해 개관했던 '동방살롱' ▲ 명동의 자부심으로 통했다던 '문예서림' ▲ 통기타가수 등용문 '오비스캐빈' ▲명동 내 유일한 공원이었던 '명동아동공원' ▲ 예전 국립극장 역할을 했던 '명동예술극장' ▲ 명동 예술인들의 사랑방 '은성주점'이다.

나머지 33개 지점도 내년부터 현장형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VR) 콘텐츠로 구현해 명동의 새로운 볼거리로 키울 계획이다.

중구는 또 명동 탐방 프로그램 개발도 병행했다. 코스는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출발해 대연각 뒷골목(경성긴자거리), 중국대사관, 한성화교소학교, 은성주점터, 유네스코회관, 명동예술극장, YWCA회관(윤선도집터), 명동대성당까지이다.

약 2시간이 걸리는 이 코스는 내년 초부터 운영된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중국어·일어 해설사 양성까지 마친 상태라고 중구는 전했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지난 봄 중국의 한한령으로 명동에서 중국인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상가 공실이 늘어났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시발점으로 어느 한 편에 의존하지 않는 안정된 관광시장 구조를 갖추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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