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케이뱅크 체크카드 발급 돌풍… 내년 신용카드업도 ‘진출’ 예고

카드업계, 모바일 플랫폼 강화·해외 진출 확대로 인터넷은행에 ‘맞불’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금융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기존 은행업은 물론이고, 카드업에도 발을 들여놓으면서 기존 전업 카드사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공약 사항으로 내걸었던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대출 금리 인하 정책 등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실제로 현실화 되면서 현재 카드업계는 조만간 수익성 저하로 직결될 수 있는 예상된 악재들이 산적해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와중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카드업계에 속속 입성하고 있어 카드사 입장에선 달가울리 없는상황이다.

특히, 이들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이미 카드사업 부문에서도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 카드사들의 분주한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

◇ 카카오뱅크·케이뱅크 체크카드 발급 건수, 기존 카드사 뛰어넘어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이미지.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18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는 지난 27일 발급 이후 현재까지 150만장이 발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 체크카드도 지난 4월 발급된 이래 네 달여만에 37만장이 발급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은행 계좌 계설 시 체크카드가 연동돼 카드 실적 비교 대상으로 부적절한 은행계 카드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계 카드사들 3곳 중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실적을 뛰어넘고, 롯데카드 체크카드 발급실적과 맞먹는 수치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시스템 분석 결과 롯데카드는 지난 6월말 기준 체크카드 누적발급 건수가 199만8000장 정도고, 삼성카드가 85만8000장, 현대카드는 그보다 훨씬 적은 18만장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의 경우 후발주자라는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삼성카드의 두 배, 현대카드보다는 8배 이상 더 많은 카드 발급 실적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성공에는 무엇보다 국민 이모티콘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중들에게 친숙한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를 카드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유효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대중들이 선호하는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들을 카드 전면에 인쇄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카드가 되도록 디자인했다”며 “최근 IC칩 결제 추세를 고려해 카드 방향도 세로형으로 결정하고 이를 직관적으로 사용 방향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단을 반투명으로 위치시켰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 성공이 카카오톡 프렌즈 캐릭터의 친숙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증거는 카카오뱅크의 경쟁사이자 제1호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대응에서도 잘 드러난다.

케이뱅크 역시 기존 체크카드에서 네이버 메신저 ‘라인’의 캐릭터들인 ‘라인 프렌즈’ 캐릭터들을 카드 전면에 내세운 ‘케이뱅크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18일 출시했다.

안효조 케이뱅크 사업총괄본부장은 “케이뱅크 네이버페이 라인프렌즈 체크카드는 어떻게 하면 케이뱅크가 고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까 준비하며 고민한 끝에 나온 상품”이라며 “앞으로도 모바일 라이프에 걸맞은 다양한 고객 혜택을 위해 마케팅 제휴 채널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 네이버페이 체크카드’ 이미지. 사진=케이뱅크 제공

◇ 인터넷은행, 체크카드 넘어 내년에는 신용카드 사업까지 진출

이처럼 체크카드 출시로 일단 카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내년에는 신용카드 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우선 내년에 신용카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인가 준비 중”이라며 “그 전까지는 여수신 상품 등 기본 상품에 충실하면서 내실을 쌓고, 안정적으로 기반을 잡은 후 신용카드 사업에 차차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 역시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나온 바 없지만 내년도 쯤 신용카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회사 내부적으로 방침을 정하고 관련 작업들을 진행 중”이라며 “또한 중간결제대행사(VAN·PG)와 카드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모바일 앱을 통해 판매자에게 대금을 바로 이체할 수 있는 앱투앱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롯데와 MOU도 체결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우선, 앱투앱 서비스 개발 후 롯데와 MOU를 통해 롯데 유통채널에 이를 적용, 금융생활과 소비를 연결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앱투앱 결제모형은 VAN/PG사를 통하는 현재의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과 달리, 계좌를 기반으로 소비자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하기 때문에 수수료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3700만명의 회원과 2만5000여 곳의 엘 페이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멤버스 와의 빅데이터 분석 협력을 통해 금융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라며 “롯데백화점과 마트, 세븐일레븐 등 롯데 유통매장에 5000여 대의 ATM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피에스넷의 ATM망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더욱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 카드사들, 인터넷 전문은행 성장세 “신경 쓰지 않는다” 지만…

지난 8일 중국 상하이 소재 '이치엔빠오' 본사에서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오른쪽)과 주인지아 '이치엔빠오' 대표가 포인트 상호 교환 프로그램 추진 등을 위한 전략적 업무 제휴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국민카드 제공
카드사들은 이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들의 카드사업 진출에 대해 겉으로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카드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시장에 경쟁자가 더 늘어난다는 얘기인 만큼 후발 주자들의 행보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카드사 직원은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최근 체크카드를 출시해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친숙한 캐릭터를 소유하고자 하는 수요가 몰리면서 생긴 현상일 수도 있다”며 “실제로 발급된 체크카드를 사용해 카드 이용 금액이 인터넷은행의 실적으로 회사에 들어오는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카드사의 임원 역시 “실질적으로 체크카드가 전체 카드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신용카드 업무는 체크카드와 또 다르게 후발주자가 시장에 안착하는데 어려움이 많은데 인터넷은행이 신용카드 시장에서 큰 위협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이 임원은 “카드업계 전체적으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나 대출 금리 인하 등 더 산적한 문제들이 많은 만큼 이와 같이 곧바로 다가올 많은 문제들에 집중하면서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쉽사리 진출하기 힘든 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면서 "아울러 고객이 더욱 편리하게 카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부문을 강화해 모바일 플랫폼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해외 진출 '박차'·모바일 플랫폼 강화로 인터넷 전문은행에 ‘맞불’

이처럼 카드사들은 외부적으로는 인터넷 전문은행들의 카드사업 진출에 신경쓰지 않는다면서도 이미 다양한 행보를 통해 발 빠른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아직 진출하지 못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가 하면 모바일 결제 등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높이는 맞불작전을 꾀하고 있다.

지난 8일 일본 동경 ANA 인터콘티넨탈 호텔 글로리 홀에서 열린 하나카드 일본 자회사 ‘하나카드 페이먼트’사 출범행사에서 관계자들이 테이프 컷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하나카드 제공

KB국민카드는 지난 6월말 미국 최대 한인은행인 ‘뱅크 오브 호프’와 공동으로 미국 현지에서 신용카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업무 제휴를 체결했다. 이어 지난 8일에는 중국 핑안그룹 산하 인터넷 결제 서비스 회사인 ‘이치엔빠오’와 카드 포인트 상호교환을 위한 업무 제휴를 맺어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다지기에 나섰다.

신한카드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신한인도파이낸스’를 설립하고,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으로부터 신용카드 사업에 대한 라이선스를 획득해 인니 시장 공략에 나서는가 하면, 카자흐스탄 알마티에도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영업에 나섰다.

우리카드는 미얀마 금융당국으로부터 마이크로 파이낸스 라이센스를 최종적으로 승인받고, 해외서 최초로 카드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현지법인인 ‘TU-TU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설립했다. 하나카드는 지난 9일 일본 현지에 자회사인 자회사인 ‘하나카드 페이먼트’사를 출범시키고 일본 현지 카드 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한, 인터넷 전문은행의 강점인 모바일 금융 시스템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현대카드는 한 번의 클릭으로 온라인 쇼핑 시 결제가 가능한 ‘페이샷’ 서비스를 더욱 확충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자사 모바일 결제 플랫폼인 1Q페이에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인 1Q Pass 를 구축해 제휴사를 늘리고 있고, 신한카드의 신한FAN, KB국민카드의 ‘국민앱’, 우리카드의 ‘우리페이’ 등도 서비스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향후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신용카드 사업에 본격 진출할 경우 전업 카드사들보다 규제 장벽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회원사들의 공익을 대변하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등의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카드사들 역시 인터넷 전문은행이라는 새로운 경쟁자를 맞아 다각도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페이’ 안내 이미지. 사진=우리카드 제공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