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현지시각) 미국 무역대표부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 무역의 장벽을 제거하고 협정의 개정 필요성을 고려하고자 한미 FTA와 관련한 특별공동위원회 소집을 한국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30일내에 한미 FTA 관련 특별공동위원회가 소집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 무역대표부는 한미 FTA의 개정을 고려할 수 있거나 약간의 수정과 조항의 해석 등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한미 FTA 재협상이라고 표현하지만, 이번 미국 무역대표부의 요청은 전면 재협상보다 낮은 수준의 개정협상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행정부가 무역협정에 대해 재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의회로부터 협상권을 위임받고자 재협상 개시 90일 전에 의회에 통보하고, 30일전 협상 목표와 전략 등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NAFTA 재협상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번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 소집요청은 재협상을 위한 첫 걸음일 수 있지만, 당장 재협상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시간적인 여유는 있다.

한국을 향한 트럼프 보호무역과 FTA 개정협상의 주요 타겟은 자동차, 철강, 기계로 생각한다.

첫째,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의 주요 역할을 했던 러스트벨트 부활에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이 지역 경기회복 여부가 트럼프의 지지기반 강화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하원에서 탄핵이 발의될 정도로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어 트럼프는 이번 FTA 개정협상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규모와 한미 FTA 발효 전후 무역수지 추이를 보면 자동차/부품, 철강, 기계는 한국이 수혜를 본 업종으로, 미국입장에서는 러스트벨트 부활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셋째,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한국경제 연구원에서 발표한 미국의 한국대상 무역규제 강화, 한미 FTA 재협상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어느 경우에든 자동차/부품, 철강, 기계 업종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FTA 개정협정으로 통해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이라 하겠다.

미국 수출비중이 높은 IT 업종은 상대적으로 개정협상에서 논외가 될 수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 이후 디스플레이는 무역수지가 적자전환되었고,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 업종도 대미 무역수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수익이 되는 산업분야로 굳이 핵심쟁점으로 꺼내들 이유가 없다.

반도체, 정보통신기기 등은 ITA협정 영향으로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어 트럼프 생각대로 협상을 이끌고가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한미 FTA 개정협상 이슈가 당장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KOSPI 사상최고치 행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변수이다. 단기적으로는 환율 변동성 확대, 투자심리 위축에 의한 외국인 매물출회, KOSPI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감안해야 한다.

미국의 보호무역강화는 GDP내 수출비중이 46%에 달하는 한국에 금융시장 불안을 넘어 경기불확실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상반기 한국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KOSPI 사상최고치 행진을 주도했던 강력한 수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될 가능성도 높다. 미국 하원의원의 트럼프 탄핵 발의, 지속되는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담요인이다.

투자심리의 변화, 환율변동성 확대는 외국인 차익실현 심리를 자극할 것이다. 7월들어 GEM 펀드로 자금 유입규모가 줄어들었고, 인도와 대만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순매도로 전환하고 있다. 신흥국 통화 약세로 인한 외국인 매매패턴 변화가 한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

KOSPI 상승을 주도해 온 수출주, 경기민감주 하락압력은 가중될 전망이다. KOSPI 2,400p 이상에서는 포트폴리오 안정성 강화에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이경민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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