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20일 더블스타와의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거래관계 유지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채권단은 이날 주주협의회를 열고 “더블스타와의 금호타이어 매각이 실패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거래관계 유지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박탈,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박탈 등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현재 채권단과 박 회장은 ‘금호’ 상표권 사용 조건을 놓고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산은은 더블스타와 독자적으로 상표권 관련 합의를 진행하고, 금호산업에 △5+15년 사용(단, 더블스타에서 언제라도 3개월 전 서면통지로 일방적 해지 가능) △20년간 연 매출액의 0.2% 고정 사용 요율 △독점적 사용 등을 조건으로 상표권 허용을 요구했다.

그러나 금호산업 이사회는 △사용기간 20년 보장 △매출액 대비 0.5% 사용 요율 △독점적 사용 △해지 불가 등을 조건으로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허용하겠다고 결의한 이후, 입장에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금호산업에서 산은이 제시한 상표권 사용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더블스타와의 금호타이어 매각은 좌초된다. 이에 산은 등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 무산 시 금호그룹과 거래 관계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채권단이 경영권 박탈을 비롯해 거래 관계 자체를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며 초강수를 둔 것은 그만큼 더블스타와의 매각이 더디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오는 9월 말까지 더블스타와 매각 절차를 완료해야 하는데, 상표권 사용 문제 외에도 차입금 만기 5년 연장, 방산 사업 분리 매각 등 해결해야 할 조건이 산적해있다. 이에 채권단은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하고, 박삼구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어떻게든 매각을 완료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채권단은 또한 상표권 문제 등으로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될 경우 추가적인 지원 의사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매각이 무산되면 채권 연장도 없다는 뜻으로, 금호타이어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열어둔 셈이다. 다만 채권단은 이달 말 만기 도래 채권 3개월 연장은 차질없이 이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아직 채권단에서 공식적으로 공문을 받은 바가 없다”며 “공식적인 답변이 오면, 그에 따라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이번에는 박 회장 측의 회신 날짜를 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서 상표권 사용 조건에 대해 반응을 보이면, 그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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