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의 경쟁으로 대형 항공기 도입에 열올려야 하는 상황

저비용항공사(LCC)의 만만찮은 추격도 견제하고 따돌려야 해

아시아나항공 A350-900. 사진=아시아나항공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국적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이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의 경쟁으로 대형 항공기 도입에 열을 올려야 하는 처지이면서, 동시에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의 추격도 견제해야 한다. 또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할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애경그룹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을 주력 계열사로 키워낸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자회사이자 LCC인 진에어(341억원)보다 낮은 2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제주항공의 영업이익(272억원) 보다 낮은 실적이다. 국적 대형항공사라는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대한항공 따라가기도 벅찬데 맹추격하는 LCC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실적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들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형항공사로서의 시장 지위를 위협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이구동성으로 평가하면서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2강 체제’가 흔들리는 조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을 추격하면서도 LCC의 거센 공세를 막아야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장거리 노선 경쟁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운수권 가운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후발주자로 수익성이 높은 노선만을 운영하는 게 제주항공이라면, 아시아나항공은 운수권 유지를 위해 수익성이 낮은 곳도 운영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노선 중에는 적자 노선인데도 포기할 수 없는 ‘계륵’같은 노선이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노선 운수권의 경우, 국적 LCC들은 평균 3개씩 보유하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10개)과 거의 동등한 9개의 운수권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제주항공이 보잉 737-800 항공기를 도입하는 것과 아시아나항공이 A350-900을 들여오는 것은 금액 면에서 3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1대를 들여오더라도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의 경쟁으로 장거리 국제선을 띄워야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투자 규모도 크고 그만큼 투자 회수율도 늦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규모나 실적을 놓고 따져보면, 아시아나항공과 대항항공의 격차는 크다”며 “애초에 대한항공 독주 속에서 아시아나항공이 후발주자로 뛰어든 것인데, 시장에서 2강 체제라고 보는 것 자체가 과도하다고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대한항공과 경쟁하는 아시아나항공은 구조적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어려운 처지인데, 국적 LCC들의 공세까지 막아야하는 처지에 놓여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나마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이자 LCC인 에어부산이 선방하고 있지만, 아직 에어서울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제 코도 석잔데'…아시아나항공 지원 ‘요원’

재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위기에 대해 지원 사격하기는 어려운 처지라는 의견이 나온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라는 핵심 현안이 있다 보니, 아시아나항공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우려가운데 하나였다”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를 알고 있겠지만, 금호타이어 인수 문제에 봉착한 현 시점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지원 사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다만 같은 그룹 계열사인 에어부산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회사채 투자 규모를 늘리면서 우회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은 2015년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회사채 85억원을 보유했는데, 지난해 추가로 107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인수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주력 계열사였던 금호타이어 인수 문제와 더불어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마저 흔들리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애경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의견도 새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애경그룹의 경우 초반 적자를 기록했던 제주항공이 주력 계열사로 성장할 만큼 자리를 잡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위기를 겪고 있어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노선 구조조정,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정상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고, 올해는 A350을 도입해 기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또한 국내 최초로 ‘이코노미 스마티움’ 좌석을 운영하고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 강화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 스마티움은 기존 이코노미 좌석보다 피치가 7~10cm 넓은 좌석으로 우선탑승, 인천공항 라운지 이용(장거리 이용 승객 한정)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한편,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기재 경쟁력 확보와 서비스 강화 등의 노력으로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이 같은 악재에도 중·장거리 기재 경쟁력과 서비스 강화를 통해 턴어라운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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