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가칭) 신설 공약 지켜질까

지독한 자금난에 허덕이는 조선업계로선 ‘가뭄에 단비’나 마찬가지

5·9 '장미선거'를 통해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5년간 '대한민국호'를 이끌게 됐습니다.

침체된 경제, 꽉막힌 대북 정책, 미·중·일 등 주변국과의 얽히고 설킨 관계 등 산적한 현안들을 풀어줄 해결사로 온 국민은 문재인 정부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데일리한국은 5월 25일 창간 3주년을 맞이해 [기업이 뛰면 대한민국이 춤춘다] 기획을 마련, 문재인 정부의 기업정책과 함께 산업계와 금융·바이오제약·IT분야의 주요 이슈 등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해양사업부 전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잇따라 ‘수주 낭보’를 전하고 '스마트십(Smart Ship)'으로 ‘4차 산업혁명’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조선업 지원 공약을 내놓고 “조선 산업이 버틸 수 있는 힘을 줘야한다”고 강조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실적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이 스마트십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일 사우디 현지에서 사우디 국영 해운사인 ‘바흐리’와 스마트십 부문 협력관계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MOU 체결을 통해 스마트십을 공동 개발하고 바흐리 보유 선박에 스마트십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스마트십은 정보통신기술(ICT)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선박의 효율적인 운항을 돕는 차세대 선박이다. 또한 연비나 배출가스 등을 고려해 최적의 운항 상태를 유지하고, 각종 기자재에 대한 이상 여부를 진단해 유지보수 비용을 감소시키는 시스템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1년 스마트십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현재까지 300여척의 선박에 스마트십 시스템을 탑재했다.

스마트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각광받는 기술 가운데 하나로, 국제해사기구(IMO) 역시 2019년부터 선박 운항 관리 체계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이-내비게이션(e-Navigation)'을 도입하기로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스마트십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게 조선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스마트십 개발은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선박해양영업본부 부문장)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사우디 현지에서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왼쪽)와 알리 알하르비 바흐리사 CEO가 스마트십 사업 협력을 위한 MOU(양해각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이같은 분위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조선산업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조선업계의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가칭)를 신설해 국가 예산으로 금융 지원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조선업 수요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해당 공약이 실현되면 조선사들은 배를 수주해 만드는 동안 필요한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빌릴 수 있게 된다. 지독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나 마찬가지다.

박인호 부산항발전협의회 대표는 “현재 해양선박금융 시스템은 담보력이 약한 중소선사의 경우 대출을 받기 어려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금융공사가 출범한다면 정책 금융 지원이 가능해져 자금난에 허덕이는 조선업계의 숨통의 트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외에도 문 대통령은 공공선박 발주 확대, 노후선박 교체 지원, 국내 해운사의 국적선 보유 유도 등을 통해 조선업이 불황에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이 실현된다면, 그동안 불황에 시달렸던 조선업계가 힘을 받게 될 것”이라며 “국내 조선업계의 구조조정도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이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전망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에 ‘선가 바닥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그동안 ‘수주 절벽’에 시달렸던 조선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선가가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자리 잡으면서 글로벌 선사들이 발주량을 늘리고 있어,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실적도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룹 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가 4월26일까지 총 39척(23억 달러)를 수주해 2014년 이후 3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주 관련 문의가 지난해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선가 바닥론’ 등 긍정 요인이 작용하면서 조선업계의 수주 실적이 반등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그룹의 스마트십 기술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업계의 수주 실적을 끌어올리는 명확한 유인(誘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가 바닥론’이 형성됐다는 점과 셰일가스 원가 하락 등으로 LNG(액화천연가스) 선박의 수주가 증가하는 등 수주 실적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홍 연구위원은 이어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동안 스마트십에 대한 준비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조선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유럽의 조선업체들이 스마트십보다 더 나아간 ‘무인운행선박’에 대한 개발에 힘을 쏟고 있어, 국내 조선업체들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수주 실적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수주 절벽’의 여파가 어느 정도 지속되겠지만, 수주 실적이 나아지고 있는 만큼, 향후 전망은 밝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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