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말만 무성하고 '창조경제'처럼 구체적 그림이나 실속없어

지난 25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대선후보 별 과학기술 정책을 비교·검증하는 '대선캠프와의 과학정책대화' 행사 중 모습.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조진수 기자] 대선주자들이 과학기술과 관련된 공약을 집중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한다는 취지지만 구체적 해법에 대해서는 거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각 대선 캠프에 따르면 주요 대선주자들은 지난 26일 중선위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여러 분야의 내용으로 구성된 공약집을 제출했다.

대선주자별 공통적 견해는 증대된 생산성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는 한편, 사람의 노동력을 기계와 기술이 대체해 일자리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 따라 흐름을 뒤쫓는 식이 아닌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대부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다.

아울러 대전 지역을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내용은 공통성을 띠고 있다. 국내 과학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는 대전을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렇듯 서로 합치된 의견이 있는가 하면, 세부적으로 후보들 간 의견이 엇갈리는 분야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누가’ 주도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을 놓고는 견해가 갈린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대통령 직속 위원회 설치 및 민·관 협업체계 구축으로 ‘정부 주도’의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국가와 정부적인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가 주도해 전기차나 사물인터넷(IoT) 등 주요 인프라를 구축하고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는 등 ‘21세기형 뉴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나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대통령 직속의 별도 기관을 마련해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파괴적 혁신은 그 어느 것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모든 세부사항을 일일이 조정·기획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인재 양성이나 생태계 기반 조성으로 민간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며 이끌어나갈 수 있게 돕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안후보의 주장인 셈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벤처기업과 창업 활성화를 위해 ‘혁신안전망’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각 후보들의 이런 공약들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지적도 나왔다. 이전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등 이전에도 미래를 대비하자는 취지의 정책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최근 ‘제19대 대통령선거 정당별 과학정책 보고서’를 발간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 역시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정작 4차 산업혁명이 어떤 위기와 기회를 가져올 것이며, 나아가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그 위기를 헤쳐 나가면서 기회를 거머쥘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 해법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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