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성비 남 58% 여 42%···여성임원은 2000명중 1명도 안돼

삼성·미래에셋대우·KB·대신·키움·메리츠·신영증권만 여성임원

영업 중심 PB·IB에 임원 수 많아···보육 지원시스템도 개선돼야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국내 주요 25개 증권사의 임직원 중 여성 직원 비율과 여성 임원 비율을 조사한 결과 남성에 비해 여성임원 비율이 현저하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25곳 증권사 전체 직원 10명 중 4명 이상이 여성(42.47%)일 정도로 남녀 직원 비율은 큰 차이가 없었던 반면 임원 성비는 여성 비율이 0.78% 에 불과했다. 주요 증권사 전체 임원을 100명이라고 치면 여성 임원은 채 1명도 되지 않는 셈이다.

◇ 25개 증권사 임원 765명 중 여성 임원 7명… 18곳은 ‘전무’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12월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증권사는 25곳(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메리츠종금증권·대신증권·키움증권·신영증권·유안타증권·한화투자증권·HMC투자증권·교보증권·하이투자증권·유진증권·동부증권·IBK투자증권·부국증권·유화증권·KTB투자증권·SK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한양증권, 이상 자기자본 순)이다.

해당 25개 증권사의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임직원(이하 정규직 기준)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증권사에 재직 중(이하 2016년 12월 31일 기준)인 임원은 총 765명이었다.

이들 중 여성임원은 7명(0.78%)에 불과했다. 주요 증권사 전체 임원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758명의 임원들이 모두 남성이라는 얘기다.

25개 증권사 중 여성 임원이 재직 중인 증권사는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KB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신영증권 등 7개사였다. 나머지 18개 증권사는 여성 임원이 단 1명도 없다.

그러나 여성 임원이 존재하는 7개 증권사 중에서도 대신증권 여성임원의 경우, 지난 2004년 양회문 전 대신증권 회장의 부인인 이어룡 현 대신증권 회장이 회장직을 이어 받아 13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는 케이스다. 일명 오너 일가로서 여성 임원 자리에 오른 것이다.

따라서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을 제외할 경우 순수한 전문경영인 출신의 여성 임원은 6명으로 더욱 줄어든다.

KTB증권 관계자는 “증권업계는 콜센터 업무 비중이 크고 백오피스 등 지원 업무에 여성 특유의 세심하고 꼼꼼한 능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공채시에는 타 업계에 비해 여성이 과반수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채용되고 실제로 지원 업무에 오랜 경험이 쌓인 높은 연차의 여직원들도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증권업계가 개인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인센티브 문화가 강하고 이런 개개인의 영업 역량이 증권사의 실적으로 이어지는 만큼 증권사 내에도 영업이 중심이 된 PB와 IB에 임원 수가 많다”며 “보통 증권사 임원 가운데 80~90%가 영업 업무가 기반이 된 사업 부문에 돌아가고, 백오피스 등 지원 업무에 할당되는 임원은 적은 포지션을 차지하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 여성 직원은 많아도 ‘영업’ 우대하는 업계 특성상 여성 임원 적어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삼성증권으로 이재경 SNI(초고액자산가 대상 서비스)사업부장(상무·50)와 박경희 삼성타운금융센터장(상무·49) 등 2명의 여성 임원이 재직 중이다.

나머지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신영증권에 각 1명씩의 여성 임원이 재직 중이다.

현재 현장에서 뛰고 있는 여성 임원은 미래에셋대우 남미옥 강서지역본부장(상무보·49), KB증권은 박정림 WM부문장(부사장·54), 키움증권 전옥희 주식운용팀 담당(이사대우·46), 신영증권 신윤주 해운대·김해 담당임원(상무·54)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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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여성임원의 '유리천장' 현상에 대해 이미숙 고려대 교수(사회학과)는 “우리나라 조직 문화 자체가 아직까지 남성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비교적 여성 직원이 많이 근무하는 증권업계에서도 여성 임원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주요 증권사 25곳에 재직 중인 여성 직원은 총 1만736명이나 된다. 이들 중 여성임원은 6명으로 직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오를 확률은 0.056%에 불과했다. 증권업계 전체 여직원을 2000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이 가운데 임원까지 오르는 사람이 채 1명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증권업계에 여직원 비율이 결코 낮은 편은 아니다. 이들 25개 증권사의 총 직원 수는 2만5277명으로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2.47%나 되기 때문이다.

이는 평직원 10명 중 4명 이상이 여성일 정도로 입사 시에는 남녀 비율이 거의 비슷하게 입사해 업무를 시작하지만 임원 등 고위직으로 올라 갈수록 여성 직원은 유리천장에 갇히고 만다는 것이다.

◇ 남성, 여성보다 임원 승진의 길 100배 '넓은 문'

765명의 증권사 임원 중 758명이 남성일 정도로 증권업계 임원 구성비가 남초현상을 보이는 만큼 남성들에게는 여성에 비해 임원으로 올라가는 길도 조금이나마 열려 있다.

이들 25개 증권사에 재직 중인 남성 직원은 1만4541명으로 증권사 남성 직원 중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5.21%였다. 이는 여성에 비해서 무려 93.03배나 더 높은 수치다. 증권사 남자 직원의 경우 남자 동기가 20명이라고 가정하면 그 가운데 한 명 정도는 임원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결코 높은 확률은 아니지만 2000명 중에 채 1명도 임원에 오르기 힘든 여성과 비교하면 증권업계에서 남성이 임원 등 고위직으로 승진하는데 있어서 여성보다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 있음을 쉽게 알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증권사 직원은 “금융업계 특성상 임원 등 고위직 승진에 있어서 개인 역량의 퍼포먼스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영업 직군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직원들이 여성 직원들이 비교적 많이 근무하고 있는 백오피스 부문의 장기 근속자보다 더 유리한 편"이라며 "영업 직군 우대는 당사를 포함한 대다수 증권사들의 일반적인 경향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 여성 직원 비율 높은 곳, 키움증권-미래에셋대우-하나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 순

한편, 25개 증권사 중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키움증권으로 전 직원의 과반 수 이상(52.42%)이 여성이었다.

이어 KTB투자증권(49.24%)과 미래에셋대우(46.83%), 하나금융투자(46.12%), 한국투자증권(45.67%), KB증권(44.47%), NH투자증권(42.91%), 한화투자증권(42.86%), 신영증권(42.64%), IBK투자증권(40.96%), 한양증권(40.70%), 이베스트투자증권(40.47%)등 전체 25곳 중 절반인 12개 증권사가 여성 직원 비율이 40% 이상이었다.

유안타증권(39.87%), 삼성증권(39.75%), 교보증권(39.26%), 대신증권(39.14%), 메리츠종금증권(38.41%), SK증권(37.46%), 신한금융투자(37.08%), 유진증권(32.45%), 하이투자증권(31.75%) 등 9곳은 여성 직원 비율이 30%를 넘겼다.

HMC투자증권(29.22%)과 동부증권(28.93%), 부국증권(16.88%), 유화증권(10.81%) 등 나머지 4곳은 여성 직원 비율이 30% 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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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 비율 1위를 기록한 키움증권 관계자는 “당사가 온라인 기반의 증권사이다보니 콜센터 업무를 맡은 직원이 많고 업무 특성상 이 분야에 여성이 많이 근무하는 관계로 여직원 비율이 타 증권사보다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정규직 직원 393명 중 콜센터 업무 등을 보는 지원업무 부문에 재직 중인 인원이 전체의 82.19%인 323명이다.

또한, 지원업무 부문 직원 323명중 여성이 절반 이상(57.28%)인 185명이었다. 지원업무 부문에 재직 중인 정규직 여직원은 키움증권 전체 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47.07%를 차지하고 있다.

◇ "보직 배치시 여성 배려, 국가적으로 육아·보육 지원 시스템 개선돼야 여성 임원 승진 길 열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회사에서 남성과 여성 비율을 비슷하게 뽑아도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2세가 생길 경우 아이를 기르기 위해 대부분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고 가정으로 복귀하는 ‘경력단절’ 현상이 빈번하다”며 “맞벌이 부부라고 하더라도 육아와 보육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여성에게 맡겨지는 문화적 상황에서 여성 직원이 임원까지 승진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권 팀장은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육아와 보육에 대한 확실한 뒷받침이 수반돼야 여성 직장인들이 남성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화 고려대 교수는 “채용과정에서 여성을 많이 뽑아도 승진에 유리한 핵심부문에서는 여성을 배제시키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핵심 부서에 성비 균형을 이룰수 있도록 보직 배치시 여성 할당제를 도입하는 한편 여성 임원을 많이 배출하는 회사에는 국가가 세제 혜택 등의 지원을 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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