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산업은행은 박 회장 측에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에 부의된 안건에 관한 결과를 공문으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오늘 중으로 해당 공문을 박 회장 측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공문에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기한 내에 구체적이고 타당성 있는 컨소시엄 구성안을 제출할 경우,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한 안건이 가결됐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산은은 공문에서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비롯해 자금조달 계획안을 다음달 19일까지 제출하라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박 회장 측에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에 대해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박 회장이 해당 요구를 받아들여 컨소시엄 구성안을 제출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앞서 박 회장은 주주협의회의 이번 결정에 대해 입장 자료를 내고 “검토의 가치도 없다”고 밝힌 데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컨소시엄 허용이 전제되지 않고는 전략적 투자자(SI)를 모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은은 우선매수권 행사기한 내에 박 회장의 회신이 없을 경우 인수 의향이 없다고 판단해,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와 매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박 회장과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치열한 법리 다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은 박 회장이 컨소시엄 구성안 제출 시, 컨소시엄 구성 허용을 재논의하겠다는 안건에 대해 약정서상 컨소시엄 허용을 수락한다고 봐도 무방한 지에 관해 공개 질의했다.
또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산은이 더블스타에 보낸 확약서 때문에 박삼구 회장에게 컨소시엄을 허용할 경우 피소 가능성이 있어 불허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재논의에 앞서 더블스타로 보낸 확약서를 취소한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채권단은 줄곧 박 회장이 구체적인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을 제시하면, 컨소시엄 구성 허용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었다”며 “박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인수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지를 확인해야, 컨소시엄 구성 허용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고 반문했다.
애초 박 회장은 주주협의회 사전 서명이 없으면 우선매수권을 제3자에 양도할 수 없다는 약정서 내용을 근거로, 주주협의회의 승인이 있으면 컨소시엄 구성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해왔다. 박 회장은 이를 근거로 컨소시엄 구성 여부를 산은에 전달했으나 산은측이 이를 부의조차 하지 않고 ‘불허’ 입장을 고수해 절차상 법적 문제가 불거졌다는 것이다.
결국 박 회장 측은 산은이 컨소시엄 구성 허용에 대해 재논의하겠다는 것 자체가 컨소시엄 불허를 고수해온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는 것으로, 더블스타에 보낸 확약서도 효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확약서는 금호타이어 입찰 과정에서 더블스타가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에 대해 문의하자 산은이 보낸 컨소시엄 구성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한을 말한다.
애초 금호타이어 인수 절차에 법적인 문제가 있었으며, 산은이 이제와 컨소시엄 구성 허용을 다시 논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절차상의 문제를 시인하는 것이라는 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박 회장과 산은 등 채권단 양측의 치열한 법리 싸움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아직 채권단으로부터 우선매수권의 범위에 관한 정보가 담긴 확약서를 받지 못한 상황인데, 확약서를 받은 이후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