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사장, 올해 1월 취임후 며칠뒤인 1월13일 노조 사무실 방문해 눈길 모아

노조측 "조사장이 노조사무실 방문했으나 노사문제 해결 의지 있는지 의구심"

사측이 2015년 임금협상 제시안인 1.9%를 고수하는 한 노사타협 가능성 낮아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올해 취임 일성인 ‘소통 경영’이 삐걱거리고 있다. 조 사장은 올해 1월 취임한 이후 조종사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상 문제에 대해 적극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노조와의 갈등은 접점을 찾지 못한채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측이 주도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노조 역시 투쟁 동력이 약화되면서,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조종사 노조 측은 2차 파업을 예고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간 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장기 교착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관측된다.

조종사 노조 측은 “조원태 사장이 취임한 이후 노조에서도 기대감이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사측이 기존 1.9% 인상안에서 어떠한 입장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노사 협상의 진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2015년 10월 시작한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의 임금협상이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상황은 올해 1월 취임해 소통경영을 강조해온 조 사장의 의지가 아직 노조 측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한다.

조 사장은 그동안 “(노조와) 대화를 하다 보면 중간점을 찾을 수 있을 것”, “앞으로 자주 만날 것”, “노사 갈등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공언하는 등 조종사 노조와의 소통에 대해 거듭 강조해왔다.

지난 1월 취임한 조 사장은 취임 며칠후인 지난 13일 공식 첫 행보로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인근에 위치한 3개 노조 사무실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조 사장은 "예, 예"만 반복하다가 5분 정도 머문뒤 자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당시 사무실에 있던 노조원들 사이에서 과연 조 사장이 노조와의 갈등을 풀 의지가 있는 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취임 이후 인사차 노조 사무실을 방문한 것이기 때문에, 임금협상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지난 24일로 예정된 2차 파업을 돌연 철회하면서, 일각에서는 조 사장이 지난 21일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소통경영을 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당시 노조가 조 사장을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당시 노조에서 조원태 사장을 찾아갔다"면서 "하지만 조 사장이 그 자리에서 ‘이번 임금 협상에서는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기 때문에 다음 협상 때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관계자 역시 “노조에서 조원태 사장을 찾아온 것은 맞다”고 밝혔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조 사장의 소통경영 때문에 2차 파업을 철회한 것은 아니고, 효율성과 시기 등을 감안해 24일 파업을 감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많아 철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노조는 “향후 적당한 시기를 정해 2차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소통경영을 강조해온 조 사장이 당초 2015년 임금협상 제시안인 1.9%를 고수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조종사 노조의 유일한 투쟁수단인 파업이 별다른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때문으로 풀이된다.

항공업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있어, 파업을 하더라도 국제선 80%, 제주노선 70%, 내륙노선 50%를 운항해야 한다.

여기에 노조 입장에서는 파업 참가자들에게 임금 보전을 해줘야하는 재정적인 부담도 무시하기 어렵다. 조종사 노조의 파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조합원 비율이 가장 많은 보잉 777 기장이 두 달 연속으로 파업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이 노조의 요구대로 1.9%에서 진전된 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재무 상황이 열악한데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대한항공이 1.9% 인상에서 진전된 협상안을 제시하지 못할 정도로,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조종사 노조 측은 “사측이 1.9% 인상에서 단돈 100원이라도 인상하겠다고 하면, 협상에 적극 나서겠다”며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사측은 “1.9% 인상안에서 전혀 양보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2015년 임금협상은 이미 일반 노조와 1.9% 인상으로 협상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그 이상 임금을 인상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작년 임금협상은 일반 노조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해당 임금협상을 통해 노조 측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유연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노조와 지난 20일 제21차 임금교섭을 갖고, 2015년 1.9%, 2016년 총액 대비 3%, 공항대기 수당신설(기장 2만원, 부기장 1만3500원)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조종사 노조 측은 현재 2015년 임금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고, 지난해 임금협상은 사측의 일방적 제안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의 임금협상이 오는 5월 9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전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현재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대선 전에는 2~3% 인상안으로 합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노조 측의 투쟁 동력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이고, 사측도 다음 정권까지 노사 갈등을 이어가기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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