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1150도 후끈후끈한 열기 …슬래브 압연해 가열하는 ‘리히팅 노’ 공정이 한창

올해 동국제강의 실적 견인차 역할 해낼 듯…1분기에도 슬래브 자체 조달로 수익내

22일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가열된 슬래브가 ‘피니싱 밀’ 공정을 거치고 있다. 사진=이창훈 기자
[당진=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가열된 슬래브가 쉼 없이 움직인다. 압연하고, 교정하고, 식히기를 반복해 고객이 원하는 후판(두께 6㎜ 이상의 철판)이 완성된다. 열기와 소음으로 가득 찬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는 한국산 철강 제품의 ‘자부심’이 숨 쉬는 듯했다.

22일 방문한 당진공장에는 후판 공정 작업이 한창이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동국제강은 창립 63년 만에 설립한 브라질 CSP제철소에서 생산한 슬래브를 후판으로 가공했다. 그동안 슬래브 전량을 국내외 고로 제철소로부터 공급받은 동국제강은 자체 고로를 확보해 슬래브를 후판으로 가공하게 됐다.

이에 대해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감히 도전해 동기를 부여하고 생존의 길을 개척하는 주인공을 ‘퍼스트 펭귄’이라고 부르는데, 철강 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이 퍼스트 펭귄이라고 생각한다”며 소회를 밝혔다. '퍼스트 팽귄'은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도전하는 선구자를 뜻하는 용어다.

1.2km에 달하는 후판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붉게 달아오른 슬래브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장에 있던 최재영 동국제강 후판기술팀 과장은 “슬래브의 온도는 1150도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지상 3층 높이쯤에서 슬래브를 바라보는데도 후끈한 열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슬래브를 압연해 필요한 온도까지 가열하는 ‘리히팅 노’ 공정이 한창이다.

가열된 슬래브는 ‘피니싱 밀’ 공정을 거쳐 후판으로 압연됐다. 이후 슬래브는 수직 압연돼 폭을 조절하는 ‘엣저 밀’ 단계를 지나, 균일 냉각을 위한 평탄도 교정인 ‘프리 레벨러’를 거쳤다. 육성으로는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이곳저곳에서 굉음이 들렸다.

압연된 슬래브를 절단하기 위한 온도로 냉각하는 ‘쿨링 베드’ 등의 공정을 거치고 나면, 슬래브는 고객이 요구하는 크기의 후판으로 탈바꿈한다. 슬래브는 압연 공정 등을 통해 후판과 열연 강판 등의 철강재로 재가공되는 반제품을 말한다.

동국제강은 자체 고로에서 슬래브를 생산해, 다시 슬래브를 공정을 통해 국내외 고객사에 후판 제품으로 판매하는 ‘일괄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당진공장 창문에서 바라본 동국제강 당진부두에서는 브라질 CSP제철소에서 입고한 슬래브 하역 작업이 한창이다. 동국제강에 따르면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5만8751톤의 슬래브를 모두 하역하게 된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22일 당진공장에서 브라질 CSP제철소 슬래브 입고에 대해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이날 참석한 에두와르도 빠렌찌(Eduardo Parente) CSP 최고경영자(CEO)는 “CSP는 브라질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성장의 기회가 됐고, 브라질에도 기회가 됐다”며 “동국제강이 없었다면 CSP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CSP제철소의 모든 공을 동국제강으로 돌리면서 “클라이언트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도 동국제강에 전화를 해서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동국제강은 슬래브 자체 조달로 수익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대식 동국제강 후판 영업담당 이사는 “슬래브 자체 조달로 상당한 이익이 나고 있다”며 “이미 1분기에도 슬래브 자체 조달을 통해 어느 정도 수익을 낸 상황”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대식 이사는 “예컨대 특정 지역에서 슬래브를 구입할 경우, 슬래브 가격에 250 달러 엑스트라(추가 비용)가 드는데, 슬래브를 자체 조달하면 추가 비용 40% 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진수 동국제강 전략기획실장은 “올해는 동국제강의 훨씬 더 좋은 성적표를 기대해도 된다”고 힘을 실어줬다.

한편 장세욱 부회장은 CSP제철소에 열연 강판 등 설비 증설 계획에 대한 질문에 “고로 1기를 더 지을 수 있는 공간은 마련돼 있지만, 전 세계적인 철강 공급 과잉을 고려할 때 아직 추가 설비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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