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저축은행 대출 옥죄기…은행 수준으로 강화

저축은행 파산해도 7일 이내 예금보험금 받는 길 열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풍선효과로 대출이 늘면서 저축은행들의 몸집이 커지자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올해 3분기 가계대출은 11조1000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올해 2분기(10조4000억원)에 이어 또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내년 1분기 중 저축은행 대출채권 연체에 대한 판단 기준과 충당금 적립률을 은행 수준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상호저축은행업 감독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은 2분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저축은행은 연체 2개월 미만 자산을 '정상', 2∼4개월 미만은 '요주의'로 분류하는데, 바뀐 감독 규정에 따르면 연체 1개월 미만이 '정상', 1∼3개월은 '요주의'로 분류된다. 연체 3개월 이상은 '고정'이나 '회수의문', 12개월 이상은 '추정손실'로 분류해야 한다.

여신 건전성 분류 기준과 함께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도 상향조정된다. 현재 저축은행은 '정상' 자산에 0.5%, '요주의'에 2%, '고정'에 20%의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 은행과 상호금융, 카드사, 캐피탈사가 가계대출을 기준으로 각각 1%(정상), 10%(요주의), 20%(고정)를 쌓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느슨한 편이다.

저축은행 대출채권도 신용위험에 따라 가계대출, 기업대출, 고위험대출,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로 분류하고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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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건전성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은 최근 일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높은 금리의 가계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자산 건전성 관련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저축은행은 2011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한 차례 홍역을 앓은 바 있기 때문에 경계 심리는 높아지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여전히 고금리 대출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대부업계 저축은행 현황 및 가계대출 잔액 자료를 보면 6월 말 기준 OK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건수 28만9000건 중 23만1000건(80%)이 연 20%를 초과하는 초고금리 대출이었다. 웰컴저축은행도 전체 가계대출 건수 22만5000건 중 19만9000건(88%)이 연 20%를 넘는 대출이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은 "저축은행은 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만큼 신용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자산건전성 및 영업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서민금융회사의 역할에 주력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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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최근 저축은행이 파산하더라도 7일 이내에 예금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예금보험공사는 개별 전산망을 운영해 온 12개 저축은행이 예금보험금 지급에 필요한 전산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 개발로 저축은행의 재무 정보가 예보에 제공되면 예금보험금 지급 기간이 7일 이내로 대폭 단축된다. 이전에는 영업정지 이후 예금보험금이 지급되기까지 평균 5개월 이상이 걸렸다.

이로써 79개 저축은행이 전부 표준화된 예금보험금 지급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그간 저축은행중앙회의 통합 전산망을 사용하는 67개사는 예보에 재무정보를 수시 제공하고 있지만, 개별 전산망을 쓰는 12개사는 수시 정보 제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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