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친 한국 증시…"韓·美 디커플링 지속될 것"

원자재·인프라 펀드 '울고' vs 부동산펀드 '웃고'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방향이 금융시장의 판을 온통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국채 발행 및 사회간접자본(인프라)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 영향으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뒤 글로벌 채권 금리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장전문가들은 당분간 채권투자 비중을 줄이고 원자재·인프라 자산·주식 투자를 늘리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권가격이 최근 빠르게 하락(금리 상승)하면서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추세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효과로 채권시장에 몰렸던 자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트럼프 당선 결정 이후(10일) 지난 18일까지 펀드 자금 유·출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가장 많은 2609억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채권형 펀드에서도 296억원이 빠져나갔다. 전체 채권형 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은 3000억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1971억원이 순유입되며 파란불이 들어왔다. 다만 선진국 시장 전망은 대체로 낙관적인 반면에 신흥국 증시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문 연구원은 "트럼프가 보호무역 정책을 펼친다면 무역을 주로 하는 신흥국 주식은 악영향을 받게 된다"며 "신흥국 주식보다 선진국 주식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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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증시는 강세장을 연출하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주요 20개국(G20) 증시의 미국 대선 이후 수익률(지난 8일·23일 종가 비교)을 조사한 결과, 코스피는 0.99% 하락해 15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뉴욕증시에서 주요 3대 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19000선을 돌파해 트럼프 당선 이후 3.77% 상승했다. G20 주요 증시 가운데 4위의 성적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가장 많이 오른 증시는 일본이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225 지수는 전날 18162.94에 마감해 5.7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는 러시아(4.54%·2위), 사우디아라비아(4.33%·3위), 중국(3.19%·5위) 순이었다. 중국은 양호한 경기 지표와 선강퉁(중국 선전거래소와 홍콩거래소 간 교차거래) 시행 기대감으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장세 차별화는 미국 달러의 강세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는 불리한 변수이기 때문에 나타난다. 달러화 강세·원화 약세는 일반적으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로 이어지기 때문에 당분간 미국 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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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12월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펀드 및 리츠펀드에 대한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인상되면 부동산 가격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원자재·인프라펀드 수익률에는 파란불이 켜졌다. 각종 금속펀드 수익률은 미국 대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 10~11일 이틀간 급등세를 보였다. 미래에셋타이거(TIGER) 구리실물 특별자산 상장지수(금속)펀드는 무려 12.66%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삼성KODEX구리선물(H) 특별자산 상장지수[구리-파생]펀드와 미래에셋TIGER 금속선물 특별자산 상장지수[금속-파생]펀드는 각각 7.35%, 6.31%의 수익을 올렸다.

인프라펀드 역시 이틀간 수익률이 한화에너지 인프라MLP 특별자산자펀드(인프라-재간접)는 4.13%, 한화분기배당형 에너지인프라MLP 특별자산자펀드(인프라-재간접)는 4.12%, 한국투자미국MLP 분기배당 특별자산자펀드(오일가스인프라-파생)는 4.0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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