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도전장 내민 면세점 후보들 '주차장 확보' 총력

신규 사업자 매출 부진으로 경영능력 평가 중요해질듯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유통 대기업들이 참여한 ‘3차 면세점 대전’이 한창이지만 예년에 비해 대대적인 사업계획 홍보보다 물밑 경쟁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 경쟁에서 중소기업 상생 방안과 대규모 투자 등을 약속한 것과 달리 이번 경쟁은 입지적 강점을 홍보하거나 주차장 확보 등에그치는 수준이어서 오히려 눈길을 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면세점 대전은 3개 특허권에 5개 기업만 도전에 나서면서 사업권 획득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7월 2개 특허에 7개 기업이 도전하고 11월 2개 특허에 5개 기업이 도전장을 내민 것과는 달리 경쟁의 강도가 대폭 약화됐다는 의미다.

이번 심사는 국회에서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아 현행 관세법에 따라 진행되며 평가항목도 ▲관리역량 ▲지속가능성 등 경영능력 ▲관광 인프라 등 주변 요소 ▲중소기업 제품 판매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등 5개로 기존과 동일하다. 하지만 지난 면세대전은 실현가능한지 의문이 들 정도로 사업계획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이번 입찰 경쟁에는 서로 흠집내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 지난 2차례 면세 대전에서는 지속가능한 경영능력과 관리역량보다는 사회공헌, 중소기업과의 상생 등이 지나치게 높은 영향을 미치면서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사업권을 박탈당했기 때문에 이러한 양상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3차 면세대전'으로 일컬어지는 이번 입찰 경쟁에는 대기업 몫의 티켓 3장을 둘러싸고 롯데, 신세계, HDC신라,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그룹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광진구에 위치한 SK네트웍스를 제외한 모든 곳이 강남권을 면세점 부지로 내세운 상태다.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이 새로운 관광 특구로 떠오르면서 유리한 입지를 점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4개 기업이 강남권을 후보지로 내세운 가운데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한 업체들의 주차장 확보 경쟁만이 치열하다. 면세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대형 버스의 불법 주정차로 가뜩이나 붐비는 강남 도로가 '교통 지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코엑스몰 근처의 두 후보자인 HDC신라와 현대백화점은 탄천주차장을 적극 활용해 교통난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부지를 내세운 현대백화점은 관광버스 59대가 들어갈 수 있는 자체 주차장과 잠실과 삼성동 중간에 위치한 탄천주차장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동 아이파크몰을 내세운 HDC신라면세점도 승용차 13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에 탄천주차장 이용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편 이번 3차 대전은 면세점 사업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치열한 경쟁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면세점을 새로 오픈한 두산, 신세계, 한화, HDC신라 모두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 면세점이 고전하는 상황 속에서 기존의 사업을 유지해오던 SK네트웍스와 롯데면세점의 경우 관리역량과 경영능력 면에서 재평가를 받고 사업권을 수월하게 획득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 잠실점과 SK워커힐면세점 폐점 후 갈 곳이 없어진 직원들의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된 것도 관세청으로선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국내 면세점 매출이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에 힘입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경영 능력과 관광 인프라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관세청이 올 12월 신규 면세점을 선정하면서 다양한 방면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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