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추석 연휴 이후에 국내 주식시장은 어떤 흐름을 보일까.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추석 연휴가 지나면 코스피가 오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실망스러운 통화정책 영향과 삼성전자 주가 급락, 북한 핵실험 문제, 경주 지진 등의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연휴가 시작됐다. 투자자들은 장이 시작되면 곧바로 주식을 팔아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갖고 가야할 지, 산다면 어떤 종목을 골라야 할지 등 갈수록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 이후 최대 관심사는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다. 최근 연설에 나섰던 연준 위원들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발언으로 연내 금리 인상설이 힘을 실은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가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금리 인상설을 잠재웠다. 15일 발표되는 미국의 8월 소매판매와 생산자물가지수(PPI), 16일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증시에 변동성을 안길 변수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추석 이후 가장 큰 이슈는 FOMC인데, 시장이 평가하는 금리 인상 확률은 20%대로 확률적으로 동결이 우세하다"며 "그렇게 되면 시장이 단기 낙폭을 만회하는 흐름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유동성 환경 개선이 예상돼 중소형주(코스닥) 반등 및 IT·바이오제약 등 낙폭이 컸던 종목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휴 중 미국 CPI 발표에 따른 불확실성 회피심리가 강화될 것"이라며 "추석 연휴 이후에는 미국 금리 인상 이슈가 불거져 하락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올해 고점을 찍고 내려가는 국면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미국 금리 인상 논쟁과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 TV 토론, 산유국 회의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이들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경계감은 9월 FOMC 결과를 확인한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만큼 금리가 동결된다고 해도 단기적인 흐름에 국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연준이 당장 이달에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아도 올해 말까지 전 세계에서 미국 금리 인상 논쟁이 지속돼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사태도 증시에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전량 리콜 조치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이번 사태가 미국 등 세계 각국 항공사에 이어 삼성전자 차원에서도 사용중지 권고가 나와 새로운 국면을 맞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거래에서도 미국 항공당국이 갤럭시노트7을 기내에서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권고하고, 8년 만에 미국 다우존스 지속경영가능지수(DJSI) 월드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에 3.9%나 급락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갤럭시노트7 문제로 최근 급락했으나 사태가 수습되고 나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낙폭이 커지면 적당한 시점에 저점 매수에 나서는 전략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의 코스피 랠리가 삼성전자 주도로 이뤄진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개별 종목에 따라 체감도가 다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추석 연휴 이후 정보기술(IT), 소재·산업재, 은행 등 경기 민감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T를 포함해 건설, 기계 등 경기민감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고 연말로 갈수록 배당수익률 확보를 위한 고배당 투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삼성전자, 대림산업,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추천했다.

추석 이후 김영란법(부정청탁과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이 기다리고 있다. 내수 소비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추가됐다. 일반적으로는 대형 유통업체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 5차 핵실험과 경주 지진 등의 여파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북한의 도발은 연평도 포격 정도가 아니고서는 3거래일 이상 영향이 지속되지 않는다"면서 "경주 지진의 경우도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가 생기지 않고서는 증시의 기초체력(펀더멘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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