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넥스 광주점 손영일 점장, 백화점 그만두고 30대에 창업도전

첫 창업 좌절서 7가지 교훈 터득, ‘친절과 신속’ 서비스로 장수경영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심리학 용어 ‘트라우마’는 특정한 사고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면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유사한 감정 경험을 하며 불안해 하는 증상을 말한다.

창업은 큰 돈을 투자하므로 실패할 경우 경제적 정신적 충격이 적지 않다. 때문에 사업 실패의 경험은 자칫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 한 번 실패했던 사람들이 실패를 반복하는 확률이 높은 이유는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반면에 우리 주변에는 실패를 교훈삼아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하는 창업자들도 적지 않다.

실패에서 배운 7가지 창업성공 원칙

손영일씨(51, 오피스넥스 광주점 점주)도 실패를 성공으로 바꾼 대표적 사례다.

12년 전, 대형 백화점에서 근무하던 손 씨는 서른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창업에 도전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백화점이라는 직장을 과감히 포기하고 창업 성공의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그러나 손씨는 포기하지 않고 실패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재창업에 도전했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했다.

현재 11년째 사무문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손씨는 매출액이 월 1억 3000만원선이다. 월 매출이 1억 9000만원을 넘어서 2억원에 육박한 적도 있다.

손씨가 재기해서 장수 경영자로 자리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실패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느냐는 재창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손영일씨의 경우, 첫 창업인 해양장비 사업에서는 장밋빛 기대가 부풀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사업 자체에 변수가 너무 많았다. ‘가능성만 믿고 덤벼들었구나’ 하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래서 재창업에 나설 때는 사업을 찾기 전에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위험 부담이 높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사업이란 당장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오래 오래 장수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반사회적이거나 비도덕적인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재창업 당시 결혼 10년차였는데 가족들에게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업을 갖고 싶었다.

셋째, 손님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먼저 손님을 찾아가는 일, 고객을 개척하는 능동적인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야 사업이 어려워도 본인이 뛰는 만큼 열매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해마다 바뀌는 인테리어 때문에 돈 들어가는 일은 지양하고자 했다.

다섯 째, 기복이 심한 일이나 요행수를 바라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어쩌다 한, 두 번 잘되더라도 그런 자세로는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섯 째, 저녁과 휴일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했다. 일도 중요하지만 인생과 가족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트렌드에 맞는 사업이어야 했다.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하면서 손씨가 확립한 7가지 성공의 조건이었다.

이렇게 원칙을 세우고 창업 아이템을 찾다가 사무문구용품점을 알게 됐다. ‘오피스넥스’라는 브랜드를 알게 됐는데 가맹본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자신이 세운 7가지 조건과 딱 맞아떨어지는 사업이라고 판단하게 됐다.

인터넷 환경이 발달되고 전산화가 이루어지면 온라인 판매 시스템이 구축된 오피스넥스 같은 사무 문구사업이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던 것이다.

오피스넥스 광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송열일 씨. 사진=한국창업전략연구소

업종에 맞는 최적의 장소를 선정

손영일 씨의 오피스넥스 매장은 광주에 있던 여타 사무용품 전문매장 중에서도 가장 늦게 시작한 후발주자다. 게다가 2005년 1월 처음 매장을 열었을 때 광주 안에 그가 아는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전혀 연고가 없는 곳에서 창업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 지역이 업종과 잘 맞아 사업성이 풍부한 상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광주에는 하남공단, 평동이나 소촌, 첨단공단 등 크고 작은 산업단지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봤다.

낯선 지역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지역 현실에 익숙해져야 했다. 광주 지역에 있는 경쟁 매장들을 30곳 이상 방문해 매장 규모나 직원 수, 규모, 매장 구성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매출이나 차량 보유 여부, 점포 구입 비용에 대해서도 모두 물어봤다.

그렇게 묻다보니 여러 매장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었다. 그제야 조금씩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자신감을 갖고 도전을 결정했다.

광산구 우산동 지하 1층 70평 공간에 자리를 잡아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00만원 등 약 1억 2000만원의 창업비용이 들어갔다.

소박하게 사업의 첫 출항을 알렸다. 처음 자리 잡을 때도 매장의 위치나 창고 규모에 신경을 많이 썼다.

영업에 집중한 결과 첫 달에는 매출 1500만원, 두 달째에는 그 2배인 매출 3000만원을 찍고 처음 목표대로 딱 1년 만인 2005년 12월 월매출 1억원을 넘겼다. 이렇게 성과를 올린 데에는 손영일 씨만의 서비스 철학이 한 몫 했다.

고객입장에서 편리하고 빠르다고 느끼는 게 진정한 서비스

“서비스란 ‘다른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도 남들과 다 똑같다면 고객이 감동할 수 없겠죠. 몇 번의 서비스를 해주는 것보다 제대로 된 서비스 한 번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손 씨의 매장 직원들이 항상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친절과 신속’이다. 그가 강조하는 친절과 신속은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하지도 많다.

왜냐하면 실행하는 사람이 만족하는 친절, 신속이 아니라 받는 고객 입장에서 편리하고 빠르다고 느끼는 것이 진정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고객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의 손영일 씨의 지론이다.

오피스넥스 광주점은 광주·전남 지역에서 처음으로 인쇄물 디자이너를 고용한 매장이다. 아직 매장에서 인쇄나 복사 작업을 이용하는 고객 숫자가 많지 않았을 때였다. 그러나 손 씨는 이런 서비스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느꼈고 과감하게 도입했다.

초기에는 거의 매일 영업활동을 나가 잠재고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하루에 적게는 30곳에서 많게는 50곳까지 발품을 팔았다. 6개월 동안 광주 지역의 거의 모든 관공서 기업을 다 돌아보았다.

이렇게 영업을 나선 것은 단순히 홍보만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현장에서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한 이유도 컸다. 그때 인쇄 서비스의 수요를 알게 됐다. 그래서 그는 이 서비스를 차별화시키면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인쇄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 결과 매장을 직접 찾아오는 내점 고객도 많아졌다. 기업 고객이나 주문 고객이 많은 이 곳에서 내점 고객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 역시 점점 올라가고 있다.

“고객은 먼저 다가와서 필요한 것을 말해주지 않습니다. 고객보다 먼저 앞서서 고객이 필요한 것을 찾아야겠지요. 제가 사업의 영역을 키우고 넓혀간 것도 그것을 찾고 충족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위기가 지나가면 기회가 온다

5년 전 손영일 씨는 오피스넥스 광주점 위치를 지금의 치평동으로 옮겼다. 매장 규모도 330㎡(100평), 창고도 260여㎡(80평)로 훨씬 더 넓어졌다.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400만원인 이 곳은 우정사업본부가 소유한 건물로 광주 중심가 가운데 하나다.

창업 초기만 해도 사무문구업계에서는 광주 지역의 늦깎이 사업자라 고객 한 명 유치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광주의 명동’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손영일 씨는 자신의 성공 비결이 변화를 잘 읽어왔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처음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시장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잘 읽어야 잘 헤쳐 나갈 수 있겠죠. 지난해까지 광주·전남 지역의 조달 전담업체를 맡고 있었는데, 올해는 그 시스템이 바뀌어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신 최근 문구류 만큼이나 비중이 올라가고 있는 리테일 상품에 신경을 많이 기울여서 매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요즘 대기업들이 자체 MRO(기업운영자재)를 이용하는 것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업 구매팀의 담당자가 인사이동이 있을 때, 관계가 끊이지 않도록 지속적인 영업을 전개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로 결혼 23년차인 손영일 씨는 매장에서 묵묵히 실장 역할을 성실하게 해 준 아내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사업 파트너로서 아내의 역할은 크다. 아내뿐만 아니라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직원들에게도 힘이 될 수 있도록 사업을 성실히 운영하고자 노력한다.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힘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그가 매일매일 노력하는 것도 그들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되기 위함이다.

힘들 때 힘을 내야 오래 버틴다

“예전에 고객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수천만 원의 대금을 받지 못했을 때는 직원들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잘 버텨준 결과, 지난해와 같이 월 2억원대 가까운 매출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송일영 씨는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지 ‘제로’에서 출발하면 100전 100패이다. 경험을 쌓든지 공부를 하든지 무엇인가를 착실하게 쌓아올리는 과정을 해나가야 한다.

송일영 씨가 요즘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나 창업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딱 한 가지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 힘든 법이다. 힘들 때일수록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한다면 다음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다.’

그게 바로 손일영 씨가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한 후 오랫동안 잘 경영하고 있는 원동력이자 비결이다.

오피스넥스 광주점 내부 모습. 사진=한국창업전략연구소
◆사업 실패 극복하기

1. 실패 요인을 명확히 분석하라. 경기 탓인가? 경영역량 부족인가? 마케팅 전략 부재인가?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만 재도전에서 성공할 수 있다.

2. 재창업할 때는 이기는 전략을 만들어라. 책상에서 완벽하게 이겨도 실전에서는 질 수 있다. 하물며 책상에서도 지는 전략으로 실전에서 이기기는 힘들다.

3. 경쟁자를 충분히 분석하라. 결국 그들과 싸우는 것이다.

4. 정세를 파악하면 싸우러 나가기 전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5.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철학을 재정립하라.

6. 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변화에 무뎌지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7. 현재의 어려움에 매달리지 말라. 긍정적인 미래관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돕는다.

8. 다시 성공하고 싶다면 경영 역량을 갖춰라. 아이템이나 상권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역량이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프로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세종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렛비즈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협업상생위원장, 올바른창업포럼 대표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KFCEO과정 주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Entrepreneur MBA 과정, 경희사이버대 호텔관광학과 MBA과정,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창업과 프랜차이즈 부문을 강의했다. 20여년 창업 한우물을 파온 덕에 '창업 전도사'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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