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3곳 중 사업권 잃은 롯데·SK 유력

사실상 대기업 1곳 - 중소기업 1곳 경쟁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면세점 수성 실패는) 99% 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잠실 월드타워 면세점 재승인 실패를 언급하며 남긴 말이다.

신 회장이 월드타워를 통해 다시 면세 사업에 사활을 걸며 다시 일어설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달 29일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사업권을 4개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관세청은 대기업 세 곳, 중소·중견기업 한 곳 등 총 네 곳의 신규 면세점 사업자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시내면세점 추가는 관세청의 고시 개정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국회 논의를 거치지 않고 정부 방침대로 추진할 수 있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사업권을 잃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 워커힐면세점, 그리고 지난해 면세점 유치에 나섰다가 실패한 현대백화점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다.

이에 상반기 폐점 예정이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에는 희망이 생겼다.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각각 5월과 6월에 문을 닫아야 했지만 기사회생의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한다 해도, 롯데와 SK의 면허를 연장해주거나, 갱신해주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신규면세점 사업자는 올해 중 선정된다. 관세청은 특허신청 공고를 5월말 또는 6월초에 낼 예정이다. 공고기간 4개월이 지나면 2개월간 특허심사를 거친 후 특허심사 위원회를 통해 최종사업자가 결정된다. 이에 따라 두 회사도 면세점 추가 선정 심사 때 경쟁사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경쟁사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의 강점은 1980년 2월 서울 소공동에 최초로 문을 연 롯데면세점은 우리나라 면세점의 역사이자 대표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본점, 인천공항점, 월드타워점을 비롯해 전국 7개 매장과 괌, 일본, 인도네시아 등 국외 4개 매장, 그리고 인터넷·모바일 면세점을 운영하며 세계 3위 면세점 업체로 자리 잡았다.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인도네시아, 괌 등에 진출해 있는 롯데면세점은 올해 일본 도쿄는 물론 태국 방콕에도 시내 면세점을 열어 국외 사업 지평을 넓혀갈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날 관세청의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드라마 ‘태양의 후예’ 열풍으로 중국 내에서 일고 있는 한류 바람과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 추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벌어지는 각국의 면세점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올바른 결정으로 생각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이어 “신규 특허를 추가하기로 결정한 만큼 특허 공고가 하루빨리 이뤄져 6월 말 예정된 월드타워점 폐점로 인한 인력의 효율적인 재배치 및 운영, 입점 브랜드 및 협력업체의 사업 계획, 여름 성수기에 집중되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대책 등을 세우는 데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후속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롯데의 경우 약점도 있다.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발표한 면세점 개선안에서 정부는 전체 면세점 매출액에서 매출 비중이 1개 사업자가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 이하 사업자가 75% 이상이면 해당 사업자들을 시장 지배적 추정 사업자로 규정하고 평가점수 일부를 감점하기로 했다.

워커힐 면세점은 총 800억원을 투자해 워커힐 면세점의 면적을 현재 대비 2.5배 규모로 키우는 리모델링 작업을 실시했다. 카지노의 후광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중국 카지노 고객 객단가는 일반 중국 고객보다 약 5배 정도 높다.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 중인 SK네트웍스는 29일 관세청의 발표가 나오자 즉각 입장자료를 통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워커힐면세점 특허 상실 이후 호텔 방문 외래 관광객(연간 150만명)들의 쇼핑편의성 및 관광만족도 저하, 구성원 고용불안, 중소협력 업체 피해 방지, 재고 처리, 확장공사 중인 면세점 공간의 대체활용방안(대규모 투자손실 발생문제) 등의 해법 마련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워커힐면세점이 지속될 수 있다면 한국관광산업 발전에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면세점 사업권 자리를 노리는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차 면세점 유치전'에 나섰다가 실패했지만, 최근 특허 추가 발급이 거론되자 시장 진입 장벽을 철폐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내비쳤다. 현대백화점은 사업권을 따내면 무역센터점 공간을 조정해 면세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7월 시내면세점 유치전에서 현대백화점과 함께 고배를 마셨던 이랜드 등도 잠재적인 후보로 꼽힌다. 중소기업으로 도전했던 유진기업은 면세점 후보지로 정했던 여의도 MBC 부지가 비어있어 면세점 사업 가능성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패션그룹 형지도 면세점 사업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재 9개(폐점 예정 2곳 제외)의 서울 시내면세점은 총 13개로 늘어난다.이에 호텔신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M면세점, 신세계DF, 두산 등 지난해 신규 사업권을 획득한 5개 사업자는 침울한 표정이다.

정부의 면세점 추가 방안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5개사 대표이사가 직접 관세청을 찾아가 면담을 신청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방어해왔다.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 기업이 늘어나면 '공멸'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규 면세점 사업자들은 각 사의 차별점을 내세워 경영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면세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에 신규 면세점 4곳을 추가하기로 결정하면서 대기업 간 쟁탈전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실상 사업권 두 장은 기존 운영권이 있는 면세점에 돌아갈 것이 가장 유력하며 대기업 사업권 한 장과 중소기업 한 장의 경쟁이 치열해 지난해 7월과 11월에 이어 세 번째 면세점 대전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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