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우려·주요국 통화정책 영향 등에 투자 수요 늘어날 것”

“경기 호전·국제유가 상승에 녹록치 않아…차익 실현 나서야할 시기”

사진= 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이서진 기자] 금펀드가 최근 수익률 고공행진을 이어감에 따라 눈길이 쏠리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국제시장에서의 금값 또한 안정세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값과 디커플링(비동조화)현상을 보여온 국제유가도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섬에 따라 업계에서는 ‘골드러시’가 지속될지에 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를 0.25~0.50%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해 금리인상 예상 횟수도 4회에서 2회로 떨어졌다.

이후 금 선물 가격은 전자거래에서 온스당 1,260달러로 껑충 뛰었다. 마켓워치는 금값과 반대로 움직이는 달러화 상승 압력이 완화됐다며 금 투자자들이 바라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기대가치)도 함께 올라간다. 이에 달러화로 거래되는 금값은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은 10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 직후에도 나타난바 있다. 드라기 총재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자 유로 가치가 절상되고, 달러가치는 1% 이상 추락하면서 금값에 '훈풍'이 불었다. 금값은 이로써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하면 (한국시간 5일 기준) 설정액 10억 원 이상인 국내 금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0.77%에 달했다. 이는 올해 최고 수익률이다. 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올 들어서만 금값이 16.7% 급등한데 따른 것이다.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의 조사결과에서도 (지난달 12일 기준)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는 -12.43%, 국내 주식형펀드는 -2.39% 등 대부분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한 가운데 금펀드 홀로 치솟으며 빛을 발했다.

블랙록월드골드 펀드는 연초 이후 15.49%, 신한BNPP골드 펀드는 연초 이후 14.7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IBK골드마이닝(12.91%)과 한국투자골드특별자산자UH(11.04%), KB스타골드특별자산(9.31%), 미래에셋인덱스로골드특별자산자(8.68%) 등 인버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금 펀드가 두 자릿수 수익을 거두었다. 금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한국투자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도 14.67%의 수익률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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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올 초부터 글로벌 증시에 대한 우려와 금 자산 가격의 상승이 금펀드에 대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고 보고 있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금에 대한 투자 수요 확대가 금 가격의 강세를 이끌었다"며 "실물 경기 측면에서는 중국 등 신흥국 경기 부진과 글로벌 한계 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금융 측면에서는 통화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금에 대한 투자 수요는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제유가 반등과 글로벌 시장의 경기 활성화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 다시 위험자산을 찾는 투자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FOMC를 앞두고 금값은 3거래일 연속 급락했었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호전된 데다 다시 금리인상 기조가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금시장을 짓눌렀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유의 금 대비 상대가격(금으로 환산한 원유가격)은 원유 1배럴당 금 0.02~0.2온스 범위에서 오르내리는데, 현재 원유의 금 대비 상대가격이 원유 1배럴당 금 0.02온스로 원유에 대한 투자심리가 역사적으로 바닥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커리 상품시장 분석가도 CNBC에 출연해 “국제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상황은 아니다”면서 “지금은 금을 팔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기관 중 하나인 오펜하이머도 “지금은 금과 관련해 차익실현에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놔 금 시장의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들었다.

하지만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경기 지표 호조와 글로벌 주식 시장 반등에도 금에 대한 투자 열기는 지속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금값 하락을 경고한 골드만삭스를 금 투자자들이 비웃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최근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심리가 소폭 완화됐음에도 금값이 강세를 타면서 금 펀드 수요를 꾸준히 견인하게 될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일본은행(BOJ)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까지 내릴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인해 통화가치가 내려가면서 실물자산인 금의 매력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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