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신중론도 제기…"사실상의 '한일 FTA' 영향 꼼꼼히 따져야"

"기업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지금보다 더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고 정부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위해 노력하면서 동시에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 회복을 지원해야 합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엄치성 국제본부장은 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이 빠진 상태에서 출범한 TPP의 영향과 관련, 우리 기업들이 겪게 될 두 가지 불이익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엄 본부장은 우선 우리나라가 이미 TPP 12개 회원국 중 일본, 멕시코를 제외한 미국 등 나머지 10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각각 체결한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 큰 손실을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경쟁국인 일본이 TPP에 가입함에 따라 역내 무관세 혜택으로 일본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번째로 TPP에 글로벌 누적 원산지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에 불리한 무역전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애초 우리나라의 핵심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던 TPP 회원국은 누적 원산지 기준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보기 위해 다른 TPP 회원국의 부품을 사용하는 쪽으로 수입선을 바꿀 수 있어 한국의 부품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엄치성 본부장은 "이런 불이익들에도 불구하고 이미 배는 떠나갔다"면서 "우리 기업에 당장 필요한 것은 경쟁력 강화다. 이는 기업만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다. 정부도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이 구조조정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창설 멤버로 가입하지는 못했지만 거대한 경제블록에 가입하지 못했다는 점은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 정부는 한 울타리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TPP 가입 필요성을 지적했다.

제 연구위원은 "미국과 일본 주도의 TPP가 새로운 통상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 이런 흐름에서 소외된다는 것 자체가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TPP 참여국이 늘어나면서 리그가 커지면 여기서 벗어난 국가들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 혜택을 따지기보다 중장기적 측면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도 TPP의 가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무역국가이기 때문에 (TPP 가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잘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TPP 가입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됐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TPP 참여는 사실상의 '한일 FTA'이기 때문에 참여시 효과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 연구위원은 "대일 무역 역조가 안 그래도 심한데 일본 제품에 대한 개방이 확대되면 국내 산업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미약한 농축산물 시장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자간 협정에 참여하면 여러 나라의 농축산물이 일시에 개방된다. 한중 FTA가 체결된 데 이어 TPP 부담까지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일본 수산업계가 상당히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TPP 참여가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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